[강원]애물단지 된 동해안 軍경계철책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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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등 첨단장비 늘어 무용지물… 주민통행 불편하고 미관만 훼손
강원도 “軍에 철거 요구키로”

강원 고성군 현내면 마차진리 해변에 설치된 군사용 철책을 한 해녀가 넘어오고 있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해변에는 미관을 고려한 철조망이 설치돼 있지만 불편은 마찬가지다. 강원도 제공
강원 고성군 현내면 마차진리 해변에 설치된 군사용 철책을 한 해녀가 넘어오고 있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해변에는 미관을 고려한 철조망이 설치돼 있지만 불편은 마찬가지다. 강원도 제공
지난해 12월 최문순 강원도지사의 휴대전화로 사진 3장이 들어왔다. 한 해녀가 바닷가 철책을 힘겹게 넘고 있는 사진이었다. 확인 결과 이 사진은 이명철 고성군 현내면 번영회장이 보낸 것으로 현내면 마차진리 해변에서 60대 해녀가 군(軍) 경계 철책을 힘겹게 넘고 있는 장면이었다. 해녀 앞에는 80대 노모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 해녀는 바다의 작업장을 오가기 위해 거의 매일 같이 철책을 넘나들고 있었다. 철책을 안 넘으려면 600m가량의 자갈밭을 우회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작업을 마치고 돌아올 때는 장비와 어획물까지 있어 해녀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철조망을 넘어야 한다.

이명철 번영회장은 “40년가량 해변을 막고 있는 철책 탓에 주민 불편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며 “폐쇄회로(CC)TV를 비롯해 첨단 장비가 등장한 지금 경계용으로 활용도가 떨어진 철책은 하루빨리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적의 침투를 막기 위해 설치된 군 경계 철책이 무용지물이 된 채 주민 불편만 초래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더욱이 강원 동해안의 경관이 뛰어난 해변 곳곳에 철조망이 흉물스럽게 설치돼 있어 미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이고 관광객 유치에도 지장을 주고 있다. 강원도와 지역 주민들은 오래전부터 철책 철거를 요구했지만 군이 미온적 태도를 보여 큰 진척을 보지 못했다.

15일 강원도에 따르면 2006∼2011년 전체 철책 210km 가운데 49km를 철거했지만 2012년 이후에는 단 한 건의 철책도 철거되지 않고 있다. 그동안의 철거 과정도 쉽지 않았다. 2006년 군 경계시설 완화사업으로 14곳 8.5km를 철거했고 2007∼2009년 국무조정실 군 경계 철책 개선사업으로 94곳 40.2km를 철거했다.

고성군 거진읍의 한 아파트 앞 해변에는 덱이 설치돼 있지만 아파트와 덱 사이에 철책이 가로막고 있어 주민 생활 불편 등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숙박업소가 많은 양양군 강현면 해변에는 산책로 및 자전거도로를 개설할 계획이지만 철책으로 인해 진척이 되지 않고 있다. 또 이곳의 철책은 해변 일부에만 설치돼 있어 경계용이란 말이 무색하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강릉시 강동면 등명해변과 연곡면 연곡해변, 동해시 추암해변 등의 철책도 관광산업과 지역 경제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지적되고 있다.

이 때문에 강원도는 16일 오후 양양군 코레일 낙산연수원에서 열리는 ‘강원지역 규제개혁 현장토론회’에서 철책 철거 문제를 중점 논의하고 군에 적극적인 철거를 요구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을 비롯해 합동참모본부, 8군단, 22·23사단 등 군 관계자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강원도는 마차진리 주민들의 불편 사항을 비롯해 흉물 방치로 미관을 훼손하고, 철책이 해변에 일부만 설치돼 무용지물인 점 등을 부각시킬 계획이다.

김용철 강원도 대변인은 “해안 철책과 관련한 담당 부처가 해양수산부에서 2010년 국방부로 바뀐 뒤 철책 철거가 부진하다”며 “군이 주민 불편 등을 고려해 철거에 적극 나서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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