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동아리 활동, 교실 밖으로 행진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겨울방학, 동아리 활동 어떻게 진화시킬까

동아일보DB
동아일보DB
“2년간 독서토론동아리에 참여했습니다. 매달 한 가지 주제를 정해 찬반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토론 주제를 찾기 위해 동아리 친구들과 다양한 책을 읽으며 시야를 넓혔습니다.”

“교내 과학탐구동아리에서 학기 중 2, 3회 교과서에 나온 실험을 직접 했습니다. 실험하면서 과학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이 학과에 지원하게 됐습니다.”

대입 수시 전형 자기소개서에 이같이 쓴다면 합격? 놀랍게도 이런 소개서를 쓰는 수험생이 한 해 수천 수만 명이다. 내겐 특별해 보여도 대학 입장에선 진부하기 짝이 없는 소개서인 것.

그럼 남극탐험 동아리라도 하란 말인가? 아니다. ‘평범한’ 동아리 활동을 ‘비범하게’ 만들란 말이다. 시간적 여유가 상대적으로 많은 겨울방학은 우리가 해온 동아리 활동을 ‘진화’시킬 절호의 기회.

여기, 성공한 인물들이 있다. 남들이 다 하는 동아리 활동에다 기가 막힌 부가가치를 더함으로써 비교과활동을 인정받아 2014학년도 학생부 전형으로 대입에 성공한 대학생 3인.

‘전국구’로 넓혀라

대학에선 ‘교내’ 활동만 인정하지만, 말 그대로 ‘교내’에만 머물다간 망하기 십상. 교내를 ‘교외’로 확장해 나의 관심과 전문성이 세상과 세계를 향해 참을 수 없이 증폭되고 있음을 어필해야 한다.

홍정일 한국외국어대 입학사정관은 “학교 간 연합동아리를 적절히 활용하면 학문에 대한 높은 관심도를 드러낼 수 있다”고 말했다. 2014학년도 한국외국어대 HUFS글로벌인재전형으로 국제통상학과에 합격한 이도은 씨(20)가 그런 경우.

교내 토론동아리에서 부원들과 매번 비슷한 의견을 주고받는 것이 아쉬웠던 이 씨는 동아리 활동 범위를 넓혀갔다. 교내 토론동아리가 ‘전국청소년정치외교연합’이라는 고교생연합회에 가입돼 있다는 사실을 십분 활용했다. 1년에 4회 연합회 소속 전국 고교생이 모여 토론을 하는 자리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 거주지, 배경, 성향, 이데올로기 등이 각기 다른 전국의 고교생들과 만나 토론하는 과정에서 이 씨는 시야가 확장되고 사회이슈에 더 뜨거운 관심을 갖게 되는 자신을 발견했다.

“방학기간에도 동아리 활동을 하기 위해 온라인 커뮤니티를 활용했어요. 분야별 최신 이슈를 각자 분담해 커뮤니티에 올리고 각 이슈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댓글로 달았죠. 자기소개서에도 이런 과정과 내용을 담았어요.”(이 씨)

홍 입학사정관은 “다양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진취적으로 활동한 모습은 지원자가 학문적인 관심이 많고 충실하게 동아리 활동을 했는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단서”라고 말했다.

실험의 뿌리를 뽑아라

자연계열 고교생이라면 대부분 탐구실험 동아리를 하나쯤은 할 터. 하지만 창의적 체험 활동 시간에만 하는 ‘반짝’ 실험은 과학을 향한 호기심을 드러내기엔 역부족이다.

겨울방학을 이용해 장기 실험과제에 도전하자. 2014학년도 건국대 KU자기추천전형으로 생명자원식품공학과에 합격한 이수정 씨(20). 고2 방학 동안 ‘인공감미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봤다. 쥐 30마리에게 서로 다른 인공감미료를 섞은 사료를 준 뒤 식사량, 몸무게 변화 등을 방학 동안 주기적으로 확인하며 행동 변화를 관찰했다.

처음부터 ‘RNA 구조 분석’ ‘입자가속기를 활용한 빅뱅실험’과 같이 고교 수준 이상의 거창한 실험을 하는 것은 오히려 ‘마이너스’다. 학기 중 교과나 창의적 체험활동에서 배운 내용 중에 생긴 호기심을 풀기 위해 방학을 이용해 장기적인 심화 실험에 자신을 던지는 모습이야말로 자신을 200% 어필하는 순간이다. 학교생활에 충실하고, 일상에서 학문적 호기심을 가지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심화실험에 몰입하는 모습을 ‘원스톱’으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송연화 건국대 입학사정관은 “장기적인 실험은 지원자의 꼬리를 무는 학문적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한 결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활동하면 뭐해? 기록이 없는데…


동아리는 ‘무리’를 전제로 한다. 하지만 발상을 바꿔라. 내가 하고자 하는 탐구활동에 뜻을 같이하는 친구가 없다면, 스스로 ‘1인 동아리’를 창조하라. 그래서 탐구에 대한 자기주도성을 강조하라.

2014학년도 숙명여대 숙명미래인재전형으로 경영학부에 입학한 박효정 씨(20)는 고교시절 1인 경영 동아리를 만들었다. 경영과 마케팅에 관심이 많던 박 씨는 고3을 앞둔 방학 때 한 사회적 기업을 직접 찾아가 사회적 기업 경영의 특이성과 어려움 등을 두고 인터뷰를 했다.

박 씨는 보고 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파워포인트와 보고서 등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었다. 친구들과 선생님 앞에서 자신이 보고 배운 내용을 발표하기 위해서다. 발표를 위해서는 더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심화된 자료들을 전문서적과 인터넷을 통해 찾아보면서 경영과 마케팅에 관한 배경지식도 쌓았다. 겨울방학은 활동을 기록물로 남기기 위해 좋은 시간.

혼자서 동아리를 만들고, 어렵사리 홀로 활동하고, 이런 지난한 활동의 결과물을 기록으로 남기고, 이런 기록을 남들에게 설명하고 밝히는 과정이야말로 ‘자기 주도적 탐구활동’이 아니고 무엇인가.

박수정 숙명여대 입학사정관은 “동아리에 가입해 짜인 커리큘럼대로 활동하는 수동적인 모습으론 어렵다”면서 “단 한 가지 활동이라도 자신이 주도하고 스스로 성장하고 있음을 확실히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승현 기자 hyunee@donga.com·윤지혜 인턴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