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봐주기 논란, ‘항공 마피아’ 입김 있었나?…결국 국토부 자체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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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년 12월 18일 15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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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자체 감사. 사진=동아일보
국토부 자체 감사. 사진=동아일보
국토부 자체 감사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 사건 조사가 공정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은 국토교통부가 자체 감사에 착수했다.

국토부는 18일 ‘대한항공 봐주기’ 사실 여부와 박창진 사무장 조사과정에서 절차적 공정성이 훼손되어 실체적 진실 파악에 영향을 주었는지 여부, 조사 관련 제도상의 미비점 등을 파악하기 위한 특별 자체 감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번 자체 감사는 국토부가 8일 박창진 사무장과 여승무원, 기장 등 당시 기내에 있던 승무원들을 조사하면서 대한항공 임원이 동행한 것으로 확인되는 등 대한항공에 대한 ‘봐주기’ 조사가 아니었느냐는 비판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조사의 공정성 논란은 박 사무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회사 측이 ‘국토부의 조사 담당자들이 대한항공 출신이라 회사 측과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며 심리적으로 위축시켰다”고 말한 것을 계기로 시작됐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당시 조사에서 대한항공 측에서 객실 담당 A상무와 조종사 담당 B전무, 승무원 담당 C전무, 안전보안실 책임자 D씨 등 4명의 임원이 동행했다. 참여연대 측은 “실제 조사에서는 A상무가 조사실까지 따라 들어와 동석했고, 국토부 조사관이 박 사무장이 나간 후 A상무를 불러 대화를 나누기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서승환 장관은 국토부 조사단 6명 가운데 항공안전감독관 2명이 대한항공 출신으로 확인된 데 대해 ‘공정성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며 진화에 나섰다.

서 장관은 16일 국토부 기자단 송년간담회에서 “조사관 중에 대한항공 출신이 들어가 있지만 자신있게 단언하건데 (공정성은)전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며 “조사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없다고 100% 확신 갖고 얘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 장관은 “항공안전감독관은 기술적 요인 파악해 전해주는 역할이지 직접 조사에 영향 미치는 부분은 기술적 요인 외에 현실적으로 없다”며 “다른 채널에서 감독관 충원이 가능한지 지속적으로 검토하겠지만 지금 국토부 직원으로 일하는 상황에서 과거는 (조사에)영향을 안 준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이같은 해명에도 조사 과정의 다른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박 사무장은 17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서’를 10여 차례 다시 작성했으며, 회사 측이 사건을 최초로 보고한 e메일을 삭제하라고 명령했다고 주장했다.

박 사무장은 8일 국토교통부에서 첫 조사를 받은 뒤 한 대한항공 임원이 불러 “국토부에서 ‘승무원들이 작성해 제출한 사실관계 확인서가 국토부의 시간대별 항공 동선이나 내부 상황 관련 자료와 맞지 않으니 다시 써 달라’고 요구해왔다”고 말해 10여 차례 다시 썼다고 말했다.

이어 “(국토부가) 회사에 (확인서를) 작성해 가져오라고 얘기했고 나는 회사 관계자들 앞에서 확인서를 작성했다”며 “과연 내 의지대로 작성할 수 있었겠느냐”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나와 그 당시에 있던 관계자들은 (뉴욕 공항에 내린 후) 최초 보고 e메일을 삭제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국토부 조현아 전 부사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비상식적인 부분들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국내 최대 항공사인 대한항공을 중심으로 한 ‘항공 마피아’ 세력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한항공은 오랫동안 과점 구조를 유지하면서 항공업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유지해 왔다. 이 때문에 편파적인 노선 배분과 가격 담합 등의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국토부 자체 감사. 사진=동아일보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기사제보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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