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 광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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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수산과학원 새 양식기술 개발
성전환 수컷 교배땐 암컷만 나와… 몸집 훨씬 크고 성장 빨라 경제성

‘국민 횟감’으로 불리는 넙치(광어)의 성전환에 성공하면서 앞으로 소비자 식탁에선 수컷 넙치의 ‘씨’가 마를 가능성이 커졌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소속 김우진 박사팀이 어린 암컷 넙치를 수컷으로 성전환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24일 밝혔다. 넙치를 성전환시키는 이유는 성장이 빠른 암컷만 생산하기 위해서다. 1년 기른 암컷 넙치 무게는 평균 1.2kg인 반면 수컷은 820g에 불과하다. 수컷 크기가 암컷의 70%에도 미치지 못해 국내 양식 현장에선 수컷 종묘(種苗)를 기피한다.

자연 상태에서 넙치알을 부화시키면 암수 비율은 1 대 1이다. 하지만 암컷 넙치를 수컷으로 성전환시킨 후 교배하면, 경제성이 높은 암컷 넙치만 배양할 수 있다.

수산과학원은 7월 개발한 ‘넙치 성감별 유전자(DNA) 분석법’을 통해 그동안 성감별이 힘들었던 부화 후 50∼60일(몸길이 3cm)이 지난 어린 넙치의 성별 구분에 성공했다. 어린 넙치의 몸에서 떼 낸 조직으로 DNA를 분석해 성별을 판별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구분한 어린 암컷 넙치만 모아 물의 온도를 높이거나 수컷 호르몬을 투입하면 이들은 암컷의 유전 정보를 그대로 지닌 ‘가짜 수컷’이 된다. 성전환된 넙치의 정자를 추출해 다시 교배하면 100% 암컷 넙치만 나온다.

수산과학원은 이런 성전환 방식으로 암컷 넙치만 생산하면 양식 비용을 23% 줄여 연간 720억 원의 경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산과학원은 현재 40cm 크기의 성전환 수컷 500여 마리를 기르고 있어 내년에는 암컷 넙치만 기르는 일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넙치 성전환’ 소식이 알려지자 인터넷에서는 때아닌 찬반 논쟁이 뜨거웠다. “유전자 조작 아니냐”는 의견에서부터 “그런 생선을 먹어도 되는지 모르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수산과학원 관계자는 “넙치는 본래 환경에 따라 성이 전환되는 어류”라며 “유전자를 건드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암컷 100% 넙치’는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고 설명했다.

박재명 jmpark@donga.com / 부산=조용휘 기자
#횟감#광어#트랜스젠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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