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대란 불댕긴 시도교육청, 매년 예산 4조 넘게 남겨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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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과정 재원 갈등]최근 4년 이월 - 불용액 분석

“돈이 없다”며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거부한 시도교육청이 매년 수조 원에 이르는 이월 및 불용 예산액을 남긴 것으로 밝혀졌다. 중앙정부와의 힘겨루기 등 정치논리 탓에 배정된 예산조차 집행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일보가 7일 단독 입수한 정부의 ‘지방교육재정 정보 공개 내용 분석’이라는 제목의 A4용지 16쪽짜리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시도교육청이 ‘이월’하거나 ‘불용’ 처리한 예산 합계는 매년 4조 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5조3000억 원 △2011년 4조7000억 원 △2012년 4조3000억 원 △2013년 4조1000억 원이었다. 매년 전체 예산의 7∼11%에 이르는 규모였다.

○ 매년 수조 원에 이르는 이월·불용 예산

보고서는 “2010년부터 4년간 모든 교육청의 이월·불용액이 지방채 발행액보다 많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2013년 3조8000억 원의 이월·불용액을 남겼지만 지방채 발행 규모도 1조3000억 원에 이르렀다. 부산시교육청도 이월·불용액은 2033억 원, 지방채는 424억 원이었다. 보고서는 “지방교육청이 예산 편성을 효율적으로 해서 이월·불용액을 최소화한다면 지방채 발행 없이 지방교육재정 운용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교육청의 선심성 사업으로 낭비되는 예산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한 교육청의 ‘희망교실’ 사업에 대해서는 “소외계층 학생들을 지원하는 ‘희망교실’ 사업비 일부가 학생 전체 생일파티나 학급 장기자랑에 사용돼 실효성 논란이 있다”고 했다.

일부 교육감의 공약인 혁신학교 예산 낭비 사례도 내놓았다. A도시의 한 고등학교는 2013년 혁신학교 예산으로 배드민턴 등 교사들의 취미와 동아리 활동비 190만 원을 지원했다. 또 21개 중학교 중 10곳은 혁신학교 예산으로 노트북 구입, 교직원연금 납부, 교직원 워크숍 상금으로 사용했다. 혁신학교의 1년 예산 1억4000만 원이 줄줄이 새고 있는 셈이다.

○ 학생 수 줄어드는데 교원만 늘어

지방교육재정의 사용 세부명세를 살펴보면 무상교육비가 포함된 교육사업비는 2010년 7조4801억 원에서 2013년 11조9910억 원으로 60.3% 증가했다. 교육사업비 중에서도 무상급식과 무상교과서, 초등학교 돌봄교실 등 교육복지비용의 증가폭은 93.8%(2010년 2조 원, 2013년 3조8798억 원)였다. 누리과정 예산도 이 기간에 316.8% 늘었다.

그러나 학생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시설을 보수하는 등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시설투자비는 8.1% 줄었다. 2010년 5조2218억 원이 시설사업비에 투입됐지만 2013년에는 4조7990억 원에 그친 것.

유치원과 초중고교 학생 수가 2010년 776만여 명에서 2013년 713만여 명으로 63만여 명(8.1%) 줄었지만 학교 수는 2.4%, 교원 수는 2.6% 늘어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특히 인천시교육청이 지난 4년간 학생 수가 8% 줄었는데도 교육전문직(행정기관 근무교원) 직원을 21.6% 늘린 것을 ‘비상식적 인력 운용 사례’로 꼽았다.

보고서는 “한번 늘린 정원은 퇴직 때까지 40년간 인건비를 계속 부담해야 하므로 미래 세대에게 큰 부담이 된다”며 “현재 학생 수가 크게 줄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2018년 이후에는 학생 수 부족 사태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현수 기자 soof@donga.com
#누리과정#교육청#보육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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