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영산강의 멋과 맛, 삼백리 뱃길 가득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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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포, 관광명소 화려한 변신

전남 나주시 영산포구에서 다시면 천연염색문화관까지 운항하는 영산강 유람선 왕건호. 나주시는 영산강 뱃길복원 프로젝트 중 하나로 운항구간을 늘린 유람선을 내년 상반기에 운항한다. 나주시 제공
전남 나주시 영산포구에서 다시면 천연염색문화관까지 운항하는 영산강 유람선 왕건호. 나주시는 영산강 뱃길복원 프로젝트 중 하나로 운항구간을 늘린 유람선을 내년 상반기에 운항한다. 나주시 제공
전남 나주시 영산포는 드넓은 나주평야를 끼고 있어 고려 때부터 물자교역의 중심지였다. 일제강점기에는 곡물 수탈기지가 되면서 일본식 대저택과 은행, 정미소, 창고 등이 들어섰다. 수십 척의 대형 화물선이 드나들어 목포항보다 훨씬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1978년 영산강 하굿둑 건설로 뱃길이 끊기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다. 삼백 리 영산강 뱃길의 영욕을 간직한 영산포가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뱃길 복원을 비롯해 근대역사문화유산 정비사업과 ‘식도락(食道樂) 거리’ 조성 등 관광명소화 프로젝트가 추진되면서 영산포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 국내 유일 내륙 등대 불 밝혀

영산포구에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내륙 하천에 설치된 등대가 있다. 1915년에 만들어진 영산포 등대(등록문화재 제129호)는 수위 관측과 등대용으로 사용돼 오다가 뱃길이 끊어지면서 기능을 상실했다. 30년 넘게 불이 꺼져 있던 영산포 등대가 이르면 올해 안에 불을 밝힌다. 나주시는 등대 인근에 경관 조명시설을 설치하면서 등댓불을 밝히기로 했다.

등대 바로 옆에는 황포돛배 선착장이 있다. 황포돛배는 면포에 황톳물을 들인 돛을 달고 서남해안의 소금과 젓갈, 해산물을 영산포까지 운반하던 영산강의 주요 운송수단이었다. 나주시는 2008년부터 영산포구에서 다시면 나주천연염색문화관까지 5km 구간을 운항하는 황포돛배(24인승) 2척과 왕건호(96인승) 1척을 띄웠다. 50여 분 동안 10km에 달하는 강줄기를 오가며 영산강 8경 중 하나인 앙암바위, 미천서원, 임제문학관, 회진마을을 볼 수 있다.

나주시는 연간 1만4000여 명이 뱃길을 이용하는 등 반응이 좋아 황포돛배 유람선(가칭 빛가람호)을 추가로 투입하기로 했다. 내년 상반기에 운항하는 이 배는 118인승으로, 광주 남구 승촌보에서 나주대교, 영산포구, 회진포구, 죽산보, 영산나루까지 26km를 운항한다. 윤지향 나주시 학예연구사는 “배가 닿는 곳마다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해 역사문화가 흐르는 강으로 가꿀 계획”이라고 말했다.

○ 홍어가게 40여 곳… 매년 축제 열어

일제 수탈의 현장을 민족 정기를 바로 세우는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사업도 활발하다. 일본식 건물인 조선식산은행 영산포지점은 ‘영산포역사갤러리’로 탈바꿈해 내년 초 개관한다. 건물 1층은 영산포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전시관으로, 2층은 찻집으로 꾸민다. 영산포는 뱃길이 막히기 전까지 홍어의 집산지였다. 홍어 산지는 본래 신안군 흑산도였지만 삭힌 홍어를 처음 선보인 곳은 영산포였다. 홍어를 배에 실어 영산강 뱃길을 따라 올라와 닻을 내리면 그사이 자연 발효된 홍어가 독특하고 절묘한 맛을 냈다. 이 때문에 영산포에는 지금도 홍어를 전문으로 파는 가게가 40여 곳이 있고 매년 홍어축제도 연다. 나주시는 홍어와 근대문화를 함께 체험하는 ‘영산포 식도락 거리’를 조성하고 있다. 내년까지 전신주를 지중화하는 등 홍어 거리를 정비하고 포구 자원을 활용해 음식문화거리를 만든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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