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역 낮춘 애국가’ 씁쓸한 음모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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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 3도 내려 보급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애국가의 음을 낮춰 부르도록 한 후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난데없는 ‘애국가 음모론’으로 시끄러웠다.

부산시립교향악단과 수원시립교향악단 악장 등을 지낸 바이올리니스트 김필주 씨(60)가 동창생 인터넷 커뮤니티에 “애국가를 3도 낮게 부르면 단조의 기운이 느껴지는 아주 우울하고 어두운 맥 빠진 애국가가 된다”면서 “서울시교육감에 의해 시행된 애국가 낮춰 부르기는 전교조에서 애국가를 기피시키려는 전략으로 보인다”는 글을 올렸다. 또 “운동권 노래보다 애국가를 하위에 두려는 무서운 전략이라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이 글은 인터넷을 통해 순식간에 확산됐다. 김 씨는 2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애국가는 기백이 있고 장엄해 듣는 이들의 힘을 돋운다는 게 자랑거리인 만큼 다소 부르기 어렵더라도 원래대로 불러야 한다. 음역을 낮춘 애국가는 조기를 단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은 “애국가 음역을 낮춘 것은 5월 문용린 전임 교육감 시절에 결정한 사안”이라며 “학교 현장의 음악교사들로부터 애국가의 음이 높아 변성기 학생들이 부르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기 때문에 3도 낮게 음역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충북도교육청도 지난해 1월 음역대를 한두 단계 낮춰 부른 애국가 CD를 만들어 초중고교에 배포한 바 있다.

안익태 선생이 작곡한 A장조 애국가는 오케스트라용이어서 일반인이 부르기에는 높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안전행정부 의정관실의 한 관계자는 “1955년에 정부에서 G장조로 낮추라는 지시가 있었고, 올해 광복절 행사에서도 G장조로 애국가를 불렀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안익태기념재단 조문수 사무총장은 “애국가 음역을 낮게 혹은 높게 부르는 것은 애국심 고취에 영향을 준다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있는 만큼 편하게 부르자는 의도라도 국가의 공식 기관이 애국가를 바꿀 때는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음악평론가 홍승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예술경영전공)는 “음역을 낮추면 다소 무거워지고 힘이 빠지는 측면은 있다. 하지만 음역을 낮추는 것을 부정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전문 합창단이나 일반인 등 부르는 사람에 따라 음역을 어떻게 조정할지 심층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효림 aryssong@donga.com·임현석 기자
#애국가#음역 낮춘 애국가#애국가 음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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