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싱크홀 年 680건… 지하철 인근 지하수 수위 170cm 뚝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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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싱크홀 왜 생기나
서울시내에서 최근 해마다 평균 700건에 이르는 싱크홀(지반이 밑으로 꺼져 생기는 웅덩이)이 확인되고 있다. 지하철 인근 지하수 수위는 최근 10여 년 동안 1.7m나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땅속의 지하수 수위가 낮아지고 낡은 하수관로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서 서울시내 어디서든 대형 싱크홀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서울 전역에 증가하는 ‘구멍’


서울에는 2010년 이후 총 3119건의 크고 작은 싱크홀이 발생했다. 한 해 평균 680건꼴이다. 문제는 매년 발생빈도가 늘고 있다는 점. 2010년 435건에서 2011년 573건, 2012년 689건, 2013년 854건으로 늘었다. 올해는 7월 말까지 벌써 568건이 발생했다. 이는 ‘하수관로 노후’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서울시내 하수관의 70% 이상이 20년 넘은 낡은 시설이며 하수관로에서 샌 물이 지반으로 스며들면서 ‘구멍’이 생긴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가로세로 2m 이상의 싱크홀이 보행자와 교통에 큰 위험이라고 판단하고 있는데 이런 큰 구멍이 2010년 이후 21건이 발생했다. 지역별로는 도로 침하, 진흙·모래·자갈의 충적층으로 지반이 약한 송파구에서 10건 중 3건이 발생했다.

송파구 석촌지하차도 지하에는 5일부터 현재까지 7개의 동공(洞空·텅 빈 굴)이 발견됐다. 폭 3∼8m로 이를 연결하면 총 125m에 이른다.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공간이 그대로 방치된 셈이다. 주민들은 싱크홀이 인근 지역으로 더 확대되는 것 아닌지 불안감에 떨고 있다. 서울시는 우선 송파·영등포구 등을 중점 관리할 계획이다. 시속 5km 이내로 주행하면서 폭 2.5m 이내 지표 아래 공간에 ‘구멍’이 있는지 검사하는 ‘지표면 투과 레이더(GPR)’ 2대 등 첨단 장비를 도입한다. 도로함몰 이력정보, 지역별 위험도 등급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도로함몰 관리지도’도 구축한다.

○ 지하철 인근도 우려

하수관로만 싱크홀을 생기게 하는 게 아니다. 서울시가 4월 공개한 ‘2013년 지하수 보조관측망 지하수 수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내 지하철 인근 지하수 수위(지표면에서 지하수 수면까지 거리)는 2001년 8.1m에서 2013년 9.8m로 12년간 1.7m 낮아졌다. 특히 지하철 노선이 교차하는 곳의 수위가 현저히 낮았다. 지하철 2호선과 5호선이 교차하는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영등포경찰서 일대 지하수 수위는 30.3m로 서울시내 평균(9.8m)보다 3배 수준으로 낮았다. 지하철 1·3·5호선이 교차하는 종로구 수송동 종묘공원 일대 지하수 수위는 23.9m였다.

지하철을 개통하려면 땅속에 터널을 내야 하는데 이때 터널 벽을 통해 지하수가 스며 나와 이를 계속 퍼내기 때문에 지하수 수위가 낮아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땅을 깊이 뚫어야 해 지하수 유출이 많은 대단위 아파트 단지의 지하수 수위도 낮았다. 2만7000여 채 규모의 신목동 아파트단지가 들어선 양천구 신정동 신트리공원 일대의 지하수 수위는 23.7m였다. 서울시도 지하수 수위가 낮아지면 침하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지하수 수위를 정기적으로 조사하고 있지만 수위가 어느 정도까지 낮아지면 위험한지, 실제 위험해지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매뉴얼이 없다. 이 때문에 싱크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지질정보 및 매립시설 등에 대한 관리를 지자체가 아닌 중앙정부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장연수 동국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하수관로를 교체하는 등 관리하는 것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결과가 눈에 띄지 않아 대부분의 지자체장이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영달 dalsarang@donga.com·김현지 기자
#서울시#싱크홀#지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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