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에도 일하는데 고작…학교 야간경비들 처우 개선 요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7일 16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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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야간경비원으로 근무하는 박 모씨(71)는 1년 근로일수가 365일이다. 주말에도 근무지인 학교 밖을 벗어날 수 없다. 평일에는 오후 4시 반부터 다음날 오전 8시 반까지 16시간 가까이 학교에서 일해도 하루 5시간만 급여로 인정받는다. 나머지 시간은 휴식시간이지만 학교 당직실에만 머물러야 한다. 휴식 중에도 교실에서 소리가 나면 도둑은 아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박 씨는 "이렇게 일해도 월급은 74만원에 불과하다"며 "올 추석도 아들 부부를 만나지 못할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주말이 낀 추석연휴를 앞두고 쉬지 못하는 학교 야간경비원들이 집단행동에 나섰다. 27일 오전 학교에서 밤샘근무를 마치고 온 야간당직기사 20명은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연휴 휴가 보장과 처우개선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야간당직도 사람이다" "처우개선 실시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추석 연휴가 지나기 전에 시교육청의 조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특히 이들은 시교육청 측에 국민권익위원회에서 2월에 나온 '학교 당직기사의 권익보호를 위한 개선방안' 권고안을 조속히 시행하라고 주장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권고안을 통해 학교 야간경비원 2인 이상의 교대 근무 혹은 격일제 근무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야간경비원들이 근무시간에 비해 학교에 머무는 시간이 긴 만큼 적정한 근로시간을 인정해줄 것도 요구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권고안에 앞서 학교 야간경비 실태조사를 통해 초중고교 1만274개 학교 중 외부용역이 7123개교로 69.3%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학교 야간경비원은 대부분 비정규직인데다 학교당 1명만 배치돼는 경우가 많아 주말에도 쉬기가 어렵다. 이들은 특히 총 7911명중 66세 이상 고령자가 5817명으로 73.5%나 차지해 과로에 따른 건강문제도 염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서울의 A학교 야간경비는 "휴식시간이라고 해도 학교 안에 있으면 사실상 감시를 받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근무시간이나 다름없다"며 "대체인력 확보와 적정 근로시간을 서울시교육청에서 지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학교#야간경비#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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