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페 디엠’도 못 이긴 우울증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굿바이, 오 마이 캡틴” 할리우드 ‘웃음 전도사’ 로빈 윌리엄스 자살

“카르페 디엠(Carpe diem·‘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라는 뜻의 라틴어), 현재를 즐겨라. 인생을 독특하게 살아라.”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1989년)에서 장밋빛 미래를 위해 책과 씨름하는 학생들에게 인생의 참뜻을 따뜻하게 조언했던 키팅 선생님. 할리우드의 웃음과 희망 전도사로 통했던 미국의 명배우이자 코미디언인 로빈 윌리엄스(63·사진)가 11일(현지 시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에 미국 사회가 충격에 휩싸이고 있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윌리엄스는 이날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 주 마린카운티의 자택에서 신고를 받고 출동한 911 요원들에게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현장에서 사망이 확인됐다. 마린카운티 경찰 측은 “질식에 의한 자살로 추정하고 있다”며 “정확한 사인은 12일 종합적인 수사 결과가 나와야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굿모닝 베트남’ ‘미세스 다웃파이어’ 등의 영화에서 주로 웃음과 희망을 이야기했던 윌리엄스의 실제 삶은 영화와는 달리 우울증 및 알코올의존증과의 싸움이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로빈 윌리엄스의 대변인 마라 벅스바움 씨는 “윌리엄스가 오랫동안 심각한 우울증과 싸워 왔다”고 밝혔다. 윌리엄스는 2006년 알코올의존증을 치료하기 위해 재활원에 머문 적이 있으며, 최근 우울증으로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해 재활원에 들어가 몇 주간 치료를 더 받을 예정이었다.

아카데미 남우조연상(‘굿 윌 헌팅’)을 비롯해 골든 글로브상, 에미상, 그래미상 등을 받은 미국의 ‘국민 배우’가 왜 우울증에 시달렸는지는 아직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현지 언론은 인기를 먹고 사는 톱스타가 받았던 스트레스와 압박감이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정도의 우울증을 유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멍들어가는 미국 엔터테인먼트, 더 나아가 미국 사회의 그늘을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화 ‘카포티’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던 명배우 필립 시모어 호프먼이 올해 2월 뉴욕 맨해튼 자택에서 연기에 대한 강박을 견디다 못해 헤로인 등 약물 과다 복용으로 숨진 채 발견됐고, 톱 가수 휘트니 휴스턴도 2012년 우울증으로 인한 약물 과다 복용으로 사망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희망을 이야기했던 유명 인사가 허망하게 목숨을 끊는 건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각종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행복 전도사’로 통했던 최윤희 씨는 투병 생활을 견디다 못해 2010년 남편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윌리엄스의 자살 소식에 미국 각계는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여름휴가 중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1일 긴급 성명을 내고 “그는 모든 인간의 감성을 흔들었다. 우리를 울고 웃게 만들었다”며 “윌리엄스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조의를 표한다”고 애도했다.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코미디 분야의 반짝이는 폭풍 같았다. 그가 떠났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로빈 윌리엄스#자살#우울증#카르페 디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