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들, 전용통로 탈출하며 2m옆 학생선실엔 안알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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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감사 중간발표]
광주지법 세월호 선원 공판… 팔 다친 동료도 버리고 빠져나와
희생 학생 휴대전화 동영상 공개 “선장은 뭐해” 장면에 유가족 실신

4월 16일 세월호 침몰 당시 기관장 박기호 씨(45)가 기관부 선원 6명을 구조하기 위해 이용했던 선원 전용 통로 가까운 곳에 단원고 학생들의 선실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준석 선장(69) 등의 “이동이 불가능해 승객을 구조할 수 없었다”는 주장은 동영상 검증으로 거짓으로 드러났다.

광주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임정엽)는 8일 세월호 모형과 사고 당시 촬영된 동영상 6개에 대한 증거조사를 실시했다. 세월호 모형 조사에서 검찰 측은 “세월호 침몰사고 발생 직후 선원실에 있던 이 선장과 박 기관장 등 선원 8명이 5층 조타실로 모여들었다. 이후 박 기관장은 선원 전용 통로(폭 90cm)를 통해 선체 제일 밑 기관실로 내려갔다”고 밝혔다. 이어 “박 기관장이 4층 선원 전용 통로를 지날 때 벽(2∼3m) 옆에는 B-19번 선실이 있었고 선실에는 단원고 학생들이 안내방송에 따라 대기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박 기관장이 선원 전용 통로를 따라 100m가량 이동했지만 지척에 있던 승객 선실에 대해서는 구조 활동을 하지 않은 것을 강조한 것. 또 단원고 학생들에게 ‘탈출하라’는 말 한마디만 전달했다면 3, 4층 승객 객실 좌우 비상대피갑판 3곳(총 995명 공간)에서 대기해 모두 살았거나 피해가 최소화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의 설명 과정에서 박 기관장 등 기관부 선원 6명은 경사진 통로로 손을 잡고 탈출하는 과정에서 팔을 다쳤다고 호소하던 동료 조기수 김모 씨를 버리고 빠져나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조기수 김 씨는 2, 3분 후 혼자 탈출한 뒤 멀쩡하게 목포해경 123정에 올라탔다.

단원고 희생 학생인 박모 군(17)이 B-19번 선실에서 휴대전화로 촬영한 14분짜리 동영상에서 ‘선장은 뭐해?’, ‘조타실에서 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지’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자 곳곳에서 탄식이 흘렀다. 동영상을 보던 한 유가족은 실신 상태에서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밖으로 나갔고 한 학부모는 ‘양심고백’을 촉구하는 글귀가 적힌 현수막을 법정 쪽으로 보여줬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세월호 참사#이준석 선장#세월호 선원 공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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