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데이터 曰 “홈쇼핑 즐기는 당신, 응급실 갈 확률 높군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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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의료계, 개인정보 분석 ‘환자 예측 프로그램’ 확산… 사생활 침해 논란
담배-술 자주 사도 요주의 대상
의료계 “사전 예방 차원” 강조에도, 의료보험 비용 낮추려는 꼼수 지적

미국 의료계에서 환자와 의료보험 가입자의 쇼핑 정보, 가족 상황, 인터넷 기록 등 개인정보를 분석해 응급 및 중증 환자를 미리 가려내는 ‘예측 프로그램’이 확산되고 있다. 의료계는 “미리 파악해서 응급실에 실려 오는 환자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환자와 가족들은 심각한 사생활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인터넷을 떠다니는 개인 데이터가 늘어남에 따라 프라이버시도 더 많이 침해하는 예측 프로그램 같은 ‘빅 데이터 그늘’을 블룸버그와 뉴욕타임스(NYT)가 지난달 29일 보도했다.

예측 프로그램의 선두 주자는 피츠버그대 메디컬센터(UPMC).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가장 큰 의료그룹으로 20개 병원과 240만여 명의 의료보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이 센터는 액시엄 등 개인정보를 사고파는 데이터 브로커 회사의 직원까지 고용해 고객의 질병과 생활습관 데이터를 샅샅이 파헤치고 있다.

우선 △가구 소득 △교육 △미혼·기혼 △인종 △자녀 수 △차량 대수를 파악한 뒤 데이터 브로커에게서 받은 온라인 쇼핑 정보, 인터넷 사용 기록 등으로 데이터를 정교하게 만든다. 이를 바탕으로 병원에 실려 올 가능성이 높은 고객들을 추린다.

일례로 온라인 쇼핑과 홈쇼핑을 즐기는 사람은 응급의료서비스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한다.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매장에 직접 가지 않아 건강에 도움이 되는 활동량이 적다고 보기 때문이다. 구매 목록 중에서 담배와 술 비중이 높은 사람은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특별한 주목을 받는다.

이런 예측 기법을 활용하는 다른 대형 의료기관은 노스캐롤라이나와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900개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캐롤라이나스 의료그룹이다. 이곳의 최고임상분석가이자 내과의사인 마이클 둘린 씨는 “환자 자신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갑자기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을 미리 막고자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노스캐롤라이나 주 샬럿에서 회계사로 일하는 조잰 머리 씨는 “당뇨병을 않고 있지만 병원에서 무턱대고 ‘당신은 응급실에 실려 갈 가능성이 높다’는 전화를 받으면 매우 불쾌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일각에서는 의료보험 비용을 낮추려고 돈이 많이 들어가는 질환을 미리 찾아내기 위한 의료계의 숨겨진 의도라고 지적했다.

NYT도 의료 전문가들을 인용해 “예측 프로그램이 맞춘 예비 환자들을 먼저 치료하면 실제로 아픈 이들에겐 의료 서비스를 적게 제공하는 불평등을 낳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또 더 다듬어야 할 ‘데이터 분석’ 기법으로 미래의 환자를 미리 가르는 것도 아직은 때가 이르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빅 데이터#응급실#사생활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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