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분위기의 일요예배… “우린 세월호와 무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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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유병언과 구원파]
구원파, 28일 여의도서 항의집회

27일 오전 10시경 취재팀이 찾은 서울 용산구 한강로의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서울교회 건물. 1층에 슈퍼가 들어서 있고 2층을 터서 집회 장소로 쓰고 있다.
27일 오전 10시경 취재팀이 찾은 서울 용산구 한강로의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서울교회 건물. 1층에 슈퍼가 들어서 있고 2층을 터서 집회 장소로 쓰고 있다.
“우리는 세월호 사건과 관련이 없다.”

27일 오전 동아일보 취재팀과 만난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신도들은 세월호 사고를 자신들과 연결하는 것을 억울해했다. 세월호의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과 그가 창립한 구원파에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이날 구원파 일요 집회 현장을 직접 찾아가 봤다. 구원파는 예배를 집회라고 부른다.

구원파 서울교회는 서울 용산구 한강로의 저층 아파트 2층에 자리 잡고 있었다. 건물은 외벽의 페인트가 벗겨지고 일부 골조가 드러나 낡아 보였다. 1층에는 식료품 매장이 들어서 있었다. 매장에는 유 전 회장의 계열사로 알려진 ‘보성 몽중산다원’의 유기농 녹차와 ‘노른자’ 상표가 붙은 육류 상품들이 진열돼 있었다.

건물 2층 전체를 터서 만든 661m²(약 200평)가량의 예배당에는 100여 개의 긴 의자와 1인용 의자 300여 개가 놓여 있었다. 신도들은 중장년층과 노년층이 대부분이었고 20, 30대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수백 명이 모였는데도 한 60대 신도는 “오늘 왜 이렇게 안 와요? 어제도 별로 없었어요?”라며 걱정했다.

집회 분위기는 무거웠다. 강사는 “이번 주 집회를 하느냐고 묻는 분이 많았다. 어떤 일이 있어도 주일 집회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한 신도가 권신찬 목사(유 전 회장의 장인이자 구원파의 공동 창립자)의 설교 테이프를 복원해 다 같이 듣자는 의견을 냈다”고 전하기도 했다.

설교와 찬송이 이어진 뒤에는 세월호 침몰과 관련해 구원파의 억울함을 토로한 토론회 영상이 상영됐다. 자신들을 “의사, 과학자 등 전문가”라고 지칭한 4명의 포럼 참가자는 영상에서 “일반 교회와 다르다는 이유로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언론으로부터 갖은 욕을 먹고 있다. 10여 년 전 오대양 사건까지 다시 우리에게 덮어씌우고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 선장인 이준석 씨(69·구속)가 구원파 신도였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그는 침례(세례)도 받지 않았고 십일조를 내지도 않았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두 시간가량 진행된 집회는 “불의의 사고로 슬퍼하는 유족들,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는 가족들에게 주님께서 함께해 주시길 바랍니다”라는 기도와 함께 마무리됐다. 해당 아파트 주민은 “일요일이면 교통정리가 필요할 정도로 차가 많이 온다. 예배가 끝나면 건물 앞에서 상표를 안 붙인 음식들을 판다. 유기농이라 해서 사려고 했더니 작은 유기농 빵 하나에 8000원으로 너무 비쌌다. 그런데도 다 팔린다”고 말했다.

이날 유 전 회장과 구원파의 수련시설로 알려진 경기 안성시 보개면 ‘금수원’에선 경비원 6, 7명이 외부인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었다. 경비원 A 씨는 “유 회장님이 이곳에 비자금을 숨겨놨다는 얘기는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근 주민들의 말은 달랐다. 삼죽면 주민 B 씨(41)는 “구원파가 안성 땅을 사들이면서 재산을 축적하고 있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얘기”라며 “자기네 땅과 도로에 주민 출입을 완전히 통제해 이제는 조상님 산소도 마음대로 못 다닌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1995년 매입 당시 작은 목장에 불과했던 금수원은 지금은 총 23만 m²(약 7만 평)의 방대한 면적에 대형 강당, 숙박시설, 유기농 재배단지, 양어장까지 갖출 정도로 커졌다. B 씨는 “하루빨리 수사가 마무리돼 구원파와의 불편한 동거를 끝내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구원파 신도 600여 명은 28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여의도 KBS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 예정이다.

특별취재팀

#세월호 참사#유병언#구원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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