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같이 하며 ‘선플’ 보여주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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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세상을 바꿉니다]<3>키보드 위의 언어폭력
우리 아이 ‘나쁜말’ 고치려면
대화내용 녹음해 들려줘도 효과… 공격성 심할땐 스포츠-여행을

아이는 컴퓨터 게임에 빠져 지냈다. 처음엔 ‘괜찮겠지’란 생각을 했다. 산만하던 아이가 게임만 시작하면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론 다행이란 생각까지 했다. 게임에 빠지면 몇 시간이고 그냥 두면 되니 맞벌이하는 입장에서 편한 면도 있었다.

6개월쯤 됐을까. 초등학교 5학년인 아이의 말투가 변했다. 평소 나이에 비해 논리적으로 얘기하는 편이었던 아이가 두서없이 말하기 시작했다. 알 수 없는 비속어나 욕설도 내뱉었다. 말투 역시 공격적으로 변했다.

학부모인 유지혜(가명·39) 씨는 이로 인해 요즘 고민이 깊다. 온라인게임 채팅방에서 자주 쓰던 ‘나쁜 말’을 이젠 일상생활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기 시작한 아이. 게임은 못하게 했지만 입에서 쏟아내는 이 나쁜 말은 대체 어떻게 정리할까.

강용 한국심리상담센터 원장은 “단순하게 접근하는 게 좋다. 인터넷 사용을 억지로 막지 말고 일단 온라인상에도 좋은 말이 있다는 것부터 보여주라”고 조언했다.

그러기 위해선 부모가 아이와 함께 개방된 공간에서 온라인 활동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생산적인 커뮤니티에 함께 가입해 활동을 해보는 것이 대표적인 방법이다. 건전한 취미 활동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카페 활동 등을 하면서 아이를 계속 지켜보고 실시간으로 조언도 해주란 얘기다.

부모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아이가 인터넷상에 좋은 댓글을 달도록 지속적으로 유도하는 방법도 좋다. 강 원장은 “이런 방법들은 다소 인위적이고 유치해 보이지만 처음엔 이렇게라도 아이를 직접 관리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이의 대화 내용을 녹음해 직접 아이에게 들려주는 방법도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양명희 동덕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초등학생 때는 아직 자신의 언어 습관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단계”라면서 “일단 자기 스스로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듣고 느끼고 점검하는 기회를 제공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상생활에서까지 온라인상 나쁜 말을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면 이미 아이의 말은 경고 수준으로 오염됐을 가능성이 크다. 심리적으로 공격성 충동성 저항성 등도 평균 이상이라고 보면 된다. 박인기 경인교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일단 언어를 순화하려면 나쁜 말로 분출하는 공격 성향부터 건전한 방식으로 전환시켜줘야 한다”면서 “스포츠, 여행 등이 대표적인 방식”이라고 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선플#언어폭력#초등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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