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기약없는 ‘동학 국가기념일 제정’ 어찌할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정읍 vs 고창, 날짜 지정 대립… 지방선거 앞두고 논의 중단
동학재단, 10월 120주년 기념행사 끝난 후 본격 추진할 듯

올해는 동학농민혁명(1894년)이 일어난 지 2주갑(120년)에 동학 특별법이 제정된 지 10년이 되는 해다. 그러나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일 제정은 여전히 지역과 관련 단체들의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 기약 없이 늦어지고 있다.

‘동학의 고장’ ‘동학의 성지’라는 이미지를 차지하기 위해 자치단체마다 자기 지역에서 역사적 사건이 일어난 날을 기념일로 내세우고, 전국 20여 개 동학 관련 단체도 선호하는 날이 각기 달라 좀처럼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특히 올해는 6월 지방선거가 맞물려 있어 기념일 제정 논의는 당분간 진척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 자치단체 이해 첨예하게 맞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동학재단)도 2011년 기념일 제정 추진위원회가 해체된 뒤 공식적인 논의를 중단한 상태다. 당시 추진위는 공청회 등을 통해 날짜를 정하고 정부에 기념일 제정을 요청할 계획이었지만 첨예한 견해차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가장 날카롭게 맞선 곳은 전북 정읍과 고창. 정읍은 고부봉기일(양력 2월 15일)이나 황토현전승일(5월 10일)을 선호하지만, 고창은 무장기포일(4월 25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동학재단이 2012년에 여론조사를 통해 기념일을 정하는 방안이나 전문가에게 맡기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이 역시 흐지부지됐다. 국민여론조사 방법은 고창이 반대하고 전문가 의뢰는 정읍에서 반발하기 때문.

동학농민군의 전주성 점령일인 5월 31일, 우금치 전투일인 12월 5일을 제시하는 의견도 있고 10월 초 삼례재기포일을 기념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근에는 일부 동학농민혁명유족회 등을 중심으로 지역 간 단체 간 갈등을 피할 수 있도록 중립적인 특별법 제정일(3월 5일)을 기념일로 삼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구체적인 논의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동학재단은 일단 6월 지방선거가 끝나고 10월로 예정된 동학농민혁명 120주년 기념행사를 마무리한 후에야 기념일 제정 논의를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는 게 내부 방침이다. 자칫 기념일을 둘러싼 논쟁이 재연되면 행사를 망칠 수 있으며 견해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 ‘기념일 제정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하지만 동학 특별법이 만들어진 지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만큼 더는 미뤄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념일을 제정하지 못해 정부가 주관해야 할 동학 관련 행사 등이 여전히 지역 차원의 행사에 머물고 있다. 동학혁명을 전국적으로 알리는 데도 어려움이 크다. 다만 동학재단이 각 지역과 단체를 상대로 사전에 조율작업을 거쳐 합리적인 안을 마련한다면 접점을 찾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국동학농민혁명유족회 관계자는 “특별법까지 만들어 놓고도 소소한 이해관계 때문에 기념일을 제정하지 못하는 것은 유족들 처지에서 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역사의 물줄기를 돌린 대사건인 동학농민혁명 참여자의 명예를 회복하고 혁명의 정신을 기리려면 사심을 버리고 서둘러 국가 기념일을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학재단 김대곤 이사장은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의 의견을 듣고 이해 관계자들이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인 날을 정해 기념일을 제정할 계획”이라며 “아무래도 올 하반기나 내년 초부터 본격적인 논의가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동학 국가기념일 제정#정읍#고창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