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약처방 대가’ 의사 21명에 33억 리베이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1일 03시 00분


쌍벌제 앞둔 2010년 하반기… 현금 대신 법인카드 제공
346번 긁은 보건소 의사도… 檢, 임원 2명-의사 12명 기소

자사 의약품을 처방해주는 대가로 6개월간 33억 원대의 리베이트를 건넨 CJ그룹 계열 제약업체인 CJ제일제당 임원 2명과 뒷돈을 받은 현직 의사 12명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정부가 제약업계 불법 리베이트 관행에 엄벌 의지를 밝히며 의사들이 기소되는 사례가 잇따르자 의료계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 약 처방 대가로 법인카드 제공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반장 이두봉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은 10일 의사들에게 자사 의약품을 처방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자사의 법인카드를 쓰도록 하는 수법으로 의사 21명에게 총 33억4000만 원의 리베이트를 건넨 혐의(약사법 위반 등)로 강석희 CJ E&M 대표이사(전 CJ제일제당 제약사업 부문장)를 불구속 기소했다. 또 지헌종 제약영업담당 상무(51)는 뇌물 공여 및 약사법 위반 혐의로, 의사 12명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강 대표와 지 상무는 2010년 11월부터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받은 의사도 함께 처벌하는 ‘쌍벌제’가 예고되자, 영업 실적 축소를 우려해 법인카드를 건네고 자사 약품 사용을 부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CJ제일제당 본사 차원에서 전국 지점을 이용해 보건소 의사들에게 접근해 법인카드를 건네고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3800만 원을 결제해줬다. 서울 성동구보건소 의사 A 씨는 2010년 6월부터 수개월간 법인카드를 346회에 걸쳐 3849만 원 사용했고, CJ제일제당이 대금을 결제했다. 충남 논산시보건소 의사 B 씨(여)도 70회에 걸쳐 사용한 법인카드 대금 1802만 원을 CJ제일제당이 결제했다.

○ 의사들, 잇단 기소에 반발

이처럼 ‘의약품 리베이트’를 주고받은 대형 제약사와 의사들이 잇따라 기소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제약업계 1위인 동아제약으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의사 19명이 지난해 9월 1심에서 각각 벌금 800만∼3000만 원, 추징금 1000만∼36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이로 인해 자격정지 및 면허정지 처분을 받을 위기에 처했다. 또 전국의사총연합은 지난해 11월 ‘리베이트 쌍벌제’에 대해 헌법 소원을 청구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복제약가는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일괄산정하고 있고 주도권은 제약사가 쥐고 있는데 의사들이 가혹한 처벌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쌍벌제 시행 전에 리베이트를 받은 의료인에게는 자격정지 2개월을, 쌍벌제 시행 이후 위법 행위에 대해선 법원 판결이 확정되면 행정 처분을 내리고 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CJ제일제당#쌍벌제#법인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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