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이학렬 고성군수 “구제역-AI 대응하려면 가축의 저항력 높여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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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지사 꿈 접고 ‘생명환경농업’ 전도사로 나선 이학렬 고성군수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데 정부는 맥을 잘못 짚었다. 방향이 틀렸다.”

‘공룡군수’로 널리 알려진 이학렬 경남 고성군수(61·사진)가 23일 “지금 AI 대응 방식은 감기 환자에게 주사 하나 놓고 링거 달아주는 식 아니냐”며 “구제역이나 AI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우리나라 축산업의 개념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군수는 전날 “이번 경남도지사 선거의 새누리당 경선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가 평소 “대화와 화합의 도정, 대권 욕심이 아닌 경남 발전을 위한 도정을 펼치고 싶다”는 뜻을 자주 밝혀왔기 때문에 전격적인 불출마 선언은 의외였다.

대신 그가 6년 전 도입한 ‘생명환경농업’과 ‘생명환경축산’의 전국적인 확산을 위한 전도사 역할을 하겠다고 나섰다. 이 군수는 “AI는 겨울철 낮은 온도에서 창궐한다”며 “오리와 닭을 키우는 축산 농가들은 대부분 환경이 열악해 추울 뿐 아니라 생명체가 온전히 살기 어려운 여건”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그가 생명환경농업에서 범위를 넓힌 생명환경축산은 다르다. 돼지우리와 닭장 등의 바닥을 시멘트 대신 땅을 파고 버섯과 폐목, 톱밥, 미생물 등을 넣어 만든다. 이 군수는 “생명환경축산을 하는 농가에 가보면 미생물의 활동으로 항상 온도는 15∼20도 정도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가축분뇨 처리가 간편하고 생명환경농업에서 나오는 사료를 활용하면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는 것.

그는 2007년 생명환경농업의 ‘원조’인 충북 괴산의 자연농업학교(소장 조한규)에서 이 농법의 기초를 배웠다. 이후 고성지역 농가에 적용했다. 이 농법은 화학비료와 살충제, 제초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토착 미생물과 톱밥, 왕겨, 가축분뇨 등을 퇴비로 쓴다. 당귀 계피 감초를 발효해 만든 한방 영양제로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높인다. 벼를 심을 때 단위면적당 포기 수도 적게 잡는다. 이 군수는 “기존(관행) 농법도 문제가 많지만 친환경농업 역시 시작한 지 30년이 지났지만 친환경 농약과 비료가 너무 비싸 ‘고비용 저수확 구조’”라고 진단했다.

2008년 163ha로 시작한 고성지역 생명환경농업단지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2009년 7월 31일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생명환경농업의 현장인 고성 참다래 마을을 찾았고 한 달 뒤엔 국무총리도 다녀갔다.

그러나 농업 연구 및 지도기관들은 아직도 이 군수의 농법을 크게 반기지 않고 있다. 이 군수는 “농민들의 고정관념을 깨고 농약회사의 반발 등만 극복한다면 생명환경농업은 우리 농업의 틀을 완전히 바꾸는 혁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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