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공부만 가르치면 되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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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교육청 초중등 임용시험
상담과목 의무화로 교육혁신

22일 실시된 대구교육청의 2014학년도 중등임용시험 2단계 심층면접 현장.

면접관이 지원자에게 학교폭력 사건 하나를 예로 들며 “학생이 앞에 있다고 생각하고 상담을 진행해 보라”고 했다. 상담 이론, 학교 부적응 학생을 지도하는 방법, 학교폭력 사건을 처리하는 절차 등에 대한 질문도 쏟아졌다. 교사, 상담전문가, 교직 경력이 있는 학부모 등으로 구성된 면접 담당자 5명은 지원자의 상담 실력을 꼼꼼히 평가했다. 다른 시도의 교원임용 과정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대구만의 독특한 시스템이다.

대구교육청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유일하게 신규 교원 임용시험에서 상담 과목을 필수로 넣어 주목을 받고 있다. 대구는 지난해 초등임용시험에서 상담 과목을 필수로 넣은 데 이어 올해는 중등임용시험에서도 이를 필수로 바꿨다.

상담 과목은 교육대와 사범대의 교직이수 과정에서 선택 과목이고, 임용시험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내용은 어려운데 시험에는 반영되지 않으니 임용시험 준비생 가운데 상담을 공부하는 이는 드물다.

하지만 대구교육청은 공교육을 살리고 학교폭력을 줄이려면 모든 교사가 학생 생활지도 및 상담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고민 끝에 논술과 선답형으로 치러지는 1차 전공평가는 다른 시도처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출제를 위탁하되, 2차 심층면접 단계에서는 상담 평가를 강화하기로 했다.

대구교육청은 자체적으로 인성 및 상담 평가 문제를 만들어 심층면접 평가 중 절반을 여기에 할애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심층면접 점수를 기존 30점에서 40점으로 높이고, 면접 시간도 기존 10분에서 20분으로 늘렸다. 이 과정에서 임용고시 수험생은 물론이고 인근 교대와 사범대에서도 반발이 컸다. 수험 부담이 늘어난다며 교대생들이 교육청 앞에서 시위까지 할 정도였다.

하지만 행정학자 출신인 우동기 교육감은 교사는 공부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전인적으로 돌보아야 한다며 상담 과목 필수화를 강행했다. 기존 교사들에게도 온라인 30시간, 오프라인 30시간에 걸쳐 상담 교육을 받도록 의무화했다. 강력하게 밀어붙이니 주위도 변하기 시작했다. 대구 지역 교대와 사범대에서 상담 교육이 늘어났고, 대구가톨릭대는 아예 상담 전문 대학원을 개설했다.

우 교육감은 “요즘 선생님들이 늘 1등만 한 모범생이 많다 보니 공부를 못하거나, 이른바 문제아라는 아이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더라. 아이들은 저마다 장점과 특성이 있는데 이걸 발견하려면 선생님들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면서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전 교사의 상담 교사화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대구교육청#2014학년도 중등임용시험#상담 이론#학교폭력#상담 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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