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울산 태화강 바지락 27년 만에 식탁 오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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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부터 본격채취해 전국 판매
폐수오염 후 최근 수질개선 결실
씨조개 생산 옛명성 부활 기대

울산 태화강 바지락이 식탁에 오른다. 태화강 수질오염으로 1987년 바지락 채취가 금지된 지 27년 만이다. 20일 울산시는 다음 달부터 태화강 바지락을 본격 채취해 위판장을 통해 전국에 판매한다고 밝혔다. 시는 16일 태화강 하구에서 바지락 위판장 개장식을 열고 시범 위판했다. 본격적인 바지락 채취는 설 연휴 직후부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곳 바지락 생산량은 연간 400t으로 예상된다. 바지락 산란기(6∼8월) 3개월을 제외하고 9월부터 다음 해 5월까지 채취한다. 태화강 바지락은 전국 바지락 생산량(연간 3만∼4만 t)의 1%에 불과하다. 그러나 공장 폐수와 생활하수 때문에 ‘죽음의 강’으로 불렸던 태화강에서 채취한 바지락이 식용이 가능할 정도로 수질이 맑아졌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시 관계자는 밝혔다.

태화강은 한때 국내 최대의 바지락 종패(씨조개) 생산지로 명성을 떨쳤다. 당시 태화강 바지락 종패는 남해안과 서해안 등 전국으로 팔려나갔다. 물 맑기로 소문난 섬진강 일대에서도 태화강 바지락을 종패로 가져갔다. 태화강이 종패 생산지로 유명했던 건 민물과 바닷물, 난류와 한류가 교차하고 하구에 모래톱이 발달해 종패가 잘 자랐기 때문이다. 그동안 시중에 유통된 중국산 바지락 종패는 폐사하는 일이 잦아 국내산 종패에 대한 수요가 높은 상태. 태화강 종패가 다시 명성을 찾을 수도 있을 것으로 시는 보고 있다.

태화강은 1970년대 이후 주변에 공장이 잇따라 건립되고 생활하수가 강으로 유입돼 수질이 악화되면서 1987년 바지락 채취가 전면 금지됐다.

당시 태화강 하구의 수질은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이 8∼10ppm으로 농업용수로도 사용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지난해 태화강 하구의 평균 BOD는 1.42ppm으로 최상급 수질을 유지하고 있다.

울산시는 2009년 4월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에 ‘태화강 하구 바지락 자원 평가 및 이용 방안 연구’ 용역을 의뢰했다. 그 결과 태화강 바지락 중금속 함량은 식용으로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바지락 질병 검사에서는 기생충에도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시와 남구는 7억 원을 들여 불법 어업시설물 43개동을 모두 철거한 뒤 길이 120m, 폭 7.5∼14m 규모의 물양장을 만들었다. 남구는 지난해 12월 31일 부산지방국토관리청과 수면이용 협의를 마치고 어민 8명에게 바지락 채취를 허가했다. 시와 남구는 바지락 조업 허가 대상자 25명에 대해서도 추가로 어업허가를 내줄 방침이다. 바지락 채취 허가 구역은 태화강 하구 146ha. 이곳에는 바지락 1470t이 분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박맹우 시장은 “120만 인구가 살고 있는 대도시를 가로지르는 태화강이 생태하천으로 거듭나 바지락 종패의 생산지가 된 것은 기적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태화강#바지락#수질오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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