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꿈을 만나다]‘국가핵융합연구소’ 권면 소장·‘무대 디자이너’ 여신동 씨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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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지 않는 ‘뚝심’ 필요하죠”
고교생이 만난 국가핵융합연구소 권면 소장

대전 서일고 2학년 이태한 군(왼쪽)은 권면 국가핵융합연구소장을 대전 유성구 대덕연구단지에 있는 국가핵융합연구소에서 최근 만났다.
대전 서일고 2학년 이태한 군(왼쪽)은 권면 국가핵융합연구소장을 대전 유성구 대덕연구단지에 있는 국가핵융합연구소에서 최근 만났다.
‘핵융합에너지’는 두 가지 이상의 가벼운 원자핵이 서로 충돌하고 융합할 때 나오는 에너지다. 석유, 석탄 등 화석에너지 사용에 따른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꼽힌다. 우리나라는 대전 유성구 대덕연구단지에 있는 국가핵융합연구소에서 연구와 개발을 맡고 있다. 국가핵융합연구소는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 곳이고, 이곳에서 일하는 핵융합 전문 과학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전 서일고 2학년 이태한 군(18)은 국가핵융합연구소를 찾아 권면 국가핵융합연구소장(56)을 만났다. 권 소장은 한국형 핵융합 장치인 ‘케이스타(KSTAR)’의 개발을 주도한 국가핵융합연구소의 총괄 책임자다.

전문과학 지식은 기본


국가핵융합연구소는 핵융합에너지를 만들어 일상에서 쓸 수 있게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1996년 만들어진 연구기관이다. 이 연구소에는 100여 명의 핵융합에너지 관련 연구진과 연구소 설비를 유지하고 보수하는 일을 하는 50여 명의 기술진이 일한다.

국가핵융합연구소를 이끄는 권 소장은 30여 년을 핵융합 분야 한 길을 걸은 이 분야의 권위자. 서울대 원자핵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조지아공대에서 핵공학 석·박사학위를 취득한 권 소장은 1999년부터 국가핵융합연구소 책임연구원으로 일을 시작했다.

이 군이 “핵융합을 전공으로 선택한 계기가 있나요”라고 묻자 권 소장은 “우리나라가 원자력발전소를 만들기 시작한 대학 2학년 때 핵융합 수업을 듣고 실험에 참여하면서 핵융합 전문가가 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국가핵융합연구소에서 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소장님처럼 석·박사 학위가 있어야 하나요”라고 이 군이 물었다. 권 소장은 “직종과 분야별로 채용조건이 조금씩 다르지만 전문적 지식을 갖춰야 하는 연구직은 석사 이상의 학위가 필요한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연구 분야에 따라 유명 국제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한 실적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대학을 졸업하면 입사 지원할 수 있는 기술직도 일부 있다.

포기하지 않는 정신!

“핵융합 과학자가 되려면 어떤 자질이 필요한가요?”(이 군)

권 소장은 “핵융합 과학자가 되기 위해선 밤잠을 설치며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집중력과 집요하다고 생각될 만큼의 끈기와 뚝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권 소장은 KSTAR를 건설할 당시 뚝심으로 많은 어려움을 이겨냈다. 1990년대에 KSTAR 건설 사업을 추진할 당시 ‘핵융합 연구가 성공할지 확실하지 않은 데다 핵융합에너지를 상용화하기까지 큰 비용이 든다’는 이유로 회의적 시선을 보내는 사람이 많았다.

“‘우리나라에서 핵융합 발전이 가능하겠느냐’며 비아냥대는 사람도 일부 있었어요. 하지만 많은 연구진은 실험에 계속 실패하면서도 낙담하지 않고 연구개발에 매진했어요. 이런 뚝심을 발휘한 결과 2007년 우리나라 순수기술로 만든 핵융합 장치인 KSTAR를 건설하는 쾌거를 이뤘습니다.”(권 소장)

다른 과학자와 협력하며 일해요


핵융합 과학자가 되려면 다른 과학자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하다.

“한 사람의 천재가 과학 발전을 이루는 시대는 끝났어요. 내가 부족한 부분과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다른 분야 과학자들과 공유하고 소통하며 과학발전을 이루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권 소장)

글·사진 이승현 기자 hyunee@donga.com

■“작품의 영감은 어릴 적 경험에서 나오죠”
초등생이 만난 무대 디자이너


여신동 무대 디자이너(왼쪽 위)를 만난 서울청운초 5학년 심소연 양(아래)과 경기 양도초 3학년 지성준 군이 여 씨가 직접 디자인한 연극 무대 위에서 포즈를 취했다.
여신동 무대 디자이너(왼쪽 위)를 만난 서울청운초 5학년 심소연 양(아래)과 경기 양도초 3학년 지성준 군이 여 씨가 직접 디자인한 연극 무대 위에서 포즈를 취했다.
뮤지컬이나 연극을 보는 관객들의 기억에 오랫동안 남는 것은 공연이 펼쳐지는 커다란 무대이다. 무대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공연의 이미지와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이런 무대를 직접 디자인하는 전문가가 ‘무대 디자이너’다.

독창적인 무대 디자인으로 최근 주목받는 인물이 있다. 바로 무대 디자이너 여신동 씨(37). 지난해 연극 ‘꽃이다’의 무대 디자인으로 대한민국연극대상 무대예술상, 2011년 뮤지컬 ‘모비딕’으로 한국뮤지컬대상 무대미술상을 받았다.

최근 서울 종로구 서울청운초교 5학년 심소연 양과 경기 김포시 양도초교 3학년 지성준 군이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에서 여 씨를 만나 무대 디자이너의 세계를 탐색해보았다.

입체적인 예술 ‘무대 디자인’

“무대 디자이너가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라는 지 군의 질문에 여 씨는 무대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설명했다.

먼저 디자인할 작품이 결정되면 대본부터 읽는다. 대본을 읽으며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으면 그림을 그리거나 인터넷이나 책에서 작품과 관련된 이미지들을 찾는다. 수집된 자료를 바탕으로 무대 디자인을 스케치(간추려서 그린 그림)한다. 스케치가 끝나면 무대 도면을 그린다. 이때 무대의 길이, 두께, 높이, 색깔까지 구체적으로 구상한다.

이어 지 군이 “왜 무대 디자이너가 되셨나요”라고 물었다.

“그림을 그리는 것은 평면적인 예술이지만, 무대 디자인은 입체적 예술이라는 점이 매력적이었어요.”(여 씨)

어릴 때부터 꾸준히 그림을 그려온 여 씨의 꿈은 원래 화가였다. 학생 때 전국 규모의 미술대회를 나가면 항상 상을 받아올 정도로 미술 실력이 뛰어났다. 항상 종이에만 그림을 그리던 여 씨는 대학교 3학년 때 연극 ‘쑥부쟁이’의 무대를 만들며 무대 디자인에 매력을 느꼈다.

무대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꼭 무대 디자인을 전공해야 할까? 여 씨는 “유명한 무대 디자이너 중에서는 무대 디자인이나 예술 전공자가 아닌 사람이 더 많다”고 말했다. 그 대신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무대 디자인 아이디어를 구체적인 그림이나 도면으로 표현하는 능력은 꼭 있어야 한다고.

최고의 무대는 ‘소통’에서 나와

최고의 무대 디자인을 하기 위해 함께 공연을 만드는 사람들과의 소통은 필수. 연출가가 어떤 연출을 의도하는지, 배우들은 어떤 연기를 하는지에 따라 무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여 씨는 무대 디자인 작업을 맡게 되면 먼저 그 연극의 대본을 읽고, 스태프들과 만나서 회의하고, 대본 연습을 참관(참여해 살펴봄)하고, 연출자와 충분히 대화를 나눈다.

심 양이 “훌륭한 무대 디자이너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자 여 씨는 “앉아서 그림만 그리거나 공부만 하지 말고 많은 경험을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여 씨는 어릴 때 미술뿐 아니라 피아노, 바이올린, 발레 등 다양한 예술을 배웠고 여기저기 놀러 다니기를 좋아했다. 어릴 때의 이런 경험들은 무대를 디자인하는 데 좋은 밑거름이 된다고.

“작품에 대한 영감은 특별한 경험보다는 어릴 때 겪었던 다양한 경험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아요. 훌륭한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그림을 잘 그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해보라고 권하고 싶어요.”(여 씨)

글·사진 이영신 기자 ly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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