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한국사 선행학습? 시사이슈로 역할극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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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공부 관심 없는 중학생 자녀
어떻게 지도할까

서울 용산구에 있는 전쟁기념관을 찾은 초등학생들이 석기시대 유물을 살펴보고 있다.
서울 용산구에 있는 전쟁기념관을 찾은 초등학생들이 석기시대 유물을 살펴보고 있다.
최근 중학생 자녀의 한국사 공부에 관심을 갖는 학부모가 크게 늘었다. 중3이 대학입시를 치르는 2017학년도부터 한국사가 대학수학능력시험 필수과목으로 지정됐기 때문. 그동안 한국사는 서울대 인문계열에 진학하려는 성적 최상위권 학생 등 일부만 공부할 정도로 인기가 많지 않았다. 실제로 2013학년도 수능에서 사회탐구 과목에 응시한 수험생 중 한국사를 선택한 학생은 7%에 불과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이젠 ‘학습량이 많은 암기과목’이라고 생각하며 한국사를 꺼리던 성적 중하위권과 대입을 위해선 한국사 공부를 열심히 할 필요가 없었던 자연계열 학생도 한국사 공부를 피할 수 없게 된 것.

역사 공부에 흥미가 없는 성적 중하위권과 자연계열 성향을 가진 중학생 자녀의 한국사 공부, 어떻게 지도할까.

구석기부터 시작? 시사 이슈로 흥미 높여라!

많은 역사교육 전문가는 “한국사 과목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선 다양한 방법으로 역사에 대한 배경지식을 쌓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학부모는 일단 역사소설이나 역사 학습만화 등을 떠올리기 쉽다. 자녀가 부담 없이 배경지식을 쌓는 데 도움이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평소 역사에 흥미가 없던 자녀라면 역사 소설이나 만화 형태의 책을 읽는다고 해도 큰 관심을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교육부(당시 교육과학기술부) 등이 주최한 ‘2012년 전국 중·고 독도 과거대회’에서 지도교사상을 받은 김소영 인천 연성중 교사는 “당장 역사 공부를 시작하기보단 현재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역사 관련 주제를 활용해 자녀가 역사에 흥미를 느끼도록 유도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학부모로선 달라진 입시에 대비해 하루라도 빨리 역사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며 초조해하기 쉽다. 하지만 자녀가 역사 공부에 흥미가 없다면 역사 공부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깨닫는 게 먼저다. ‘본격적인 역사공부를 위한 준비운동’을 해두는 편이 장기적으론 더 높은 학습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

김 교사는 “‘독도 영유권’과 ‘중국의 동북공정(중국 국경 안에서 전개된 모든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만들기 위해 2002년부터 중국이 추진하는 사업)’과 같이 많은 학생이 한 번쯤 들어봤을 시사 이슈를 활용하면 좋다”고 말했다. 주제를 정한 다음에는 부모와 자녀가 역할극 형태로 해당 역사와 관련한 자료 찾기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독도 영유권’을 주제로 정했다면 이해 당사자인 한국과 일본 외교관 등으로 역할을 나눠 각자의 관점에서 자료를 수집한 뒤 토론이나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있다. 적절한 인센티브를 주면 자녀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도 있다.

국사편찬위원회가 주관한 ‘제11회 전국 중·고등학생 우리 역사 바로 알기대회’에서 지도교사상을 받은 정지운 전남 목포덕인중 교사는 “영화티켓이나 문화상품권 등 학생들이 선호하는 상품을 걸면 게임하는 느낌으로 재밌게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과서 대신 현장체험이 답? 아는 만큼 보인다!

자녀의 흥미를 북돋울 요량으로 역사박물관, 유적지 등을 방문하는 현장체험을 서두르는 것도 효과적이지 않다.

현장체험도 역사적 배경에 대한 기초지식을 쌓은 다음 진행하는 편이 좋다. 역사 속에서 각 사건이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으며 전개되는지에 대한 맥락을 이해해야 학습효과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신석기시대 간석기(돌을 갈아 만든 기구)의 탄생 배경과 발달 과정에 대한 이해 없이 역사박물관으로 체험활동을 떠났다고 하자.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자녀의 눈엔 간석기가 ‘미개한 도구’로 보이기 쉽다. 하지만 당시에 돌로 연장을 만든 건 오늘날 스마트폰의 등장처럼 혁신적인 사건이었다는 사실을 알면 역사적 의미를 이해하기 쉬워진다.

김 교사는 “현장체험을 떠나기 전에 자녀와 함께 집 주변에 있는 돌로 간석기와 그 이전 단계인 뗀석기(돌을 깨서 만든 연장)를 당시의 제작방식으로 만들어보라”면서 “석기를 만들어본 경험 없이 박물관에서 석기 유물을 보면 그냥 ‘돌덩이’라는 느낌을 받겠지만 당시엔 이를 만드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는 사실을 몸으로 느끼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체험은 역사에 흥미를 붙여나가는 과정이므로 자녀의 일상생활과 관련된 주제부터 시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정 교사는 “지금 거주하고 있는 지역이나 마을 지명의 유래를 찾아보기 위해 향토사학자를 만나거나 향토박물관을 방문하는 등 자신과 관련이 있는 작은 역사를 주제로 시작해 학습 범위를 점점 넓혀나가면 좋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만식 기자 nom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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