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전남해역은 지금 적조생물 간 전쟁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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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패류에 피해 안주는 세라튬 늘어 유해성 생물 코클로디니움 확산 차단
민관 적조 막는 3단계 작전 효과… 완도-진도 해역 냉수대도 한몫

전남 여수해역에서 어업지도선이 적조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전해수를 살포하고 있다. 전남도 제공
전남 여수해역에서 어업지도선이 적조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전해수를 살포하고 있다. 전남도 제공
지난달 14일 남해안에서 시작된 적조가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바닷물 수온이 올라가면서 최근 강원 삼척시 앞바다까지 확산되고 있다. 동해안까지 퍼진 적조로 경남 등지서 190억 원이 넘는 피해가 났지만 전남은 별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수산 당국은 전남 해역에 유해성 적조 확산을 막는 무해성 적조생물이 대거 출현한 데다 민관 합동의 3단계 퇴치작전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부 해역에 형성된 냉수대(冷水帶)가 장시간 머물고 있는 것도 한 이유로 보고 있다.

○ 자연 정화로 밀도 낮아져

21일 전남도해양수산과학원에 따르면 고흥군 금산면 소록도 주변 해역에 무해성 적조생물인 세라튬 개체수가 크게 늘고 있다. 16일 첫 발견된 세라튬은 어패류 폐사를 일으키는 유해성 적조생물인 코클로디니움의 확산을 막고 있다. 이 해역의 세라튬 밀도는 17일 mL당 760개체인 반면 코클로디니움은 40∼150개체로 나타났다. 20일에는 코클로디니움이 20∼30, 세라튬은 650∼1600개체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세라튬과 코클로디니움이 세력 다툼을 벌이면서 적조밀도가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남도해양수산과학원은 적조생물 간 경쟁으로 코클로디니움이 현저히 감소한 것으로 보고 세라튬이 인근 해역으로 퍼지는지 여부를 관찰 중이다.

세라튬은 어패류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고 3∼10일이 지나면 자연 소멸된다. 2004년에도 남해에서 고니아우렉스, 프로토페리디니움 등 무해성 적조생물이 출현해 코클로디니움 성장을 막아 적조 피해를 줄인 사례가 있다. 해양수산과학원 고흥지소 관계자는 “세라튬이 대량 출현했다고 해서 적조가 완전 소멸하는 것은 아니다”며 “코클로디니움의 생명력이 강해 언제든 밀도가 높아질 수 있어 지속적인 관찰과 방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적조 차단 3단계 작전 효과

전남도는 적조 발생 초기부터 민관 합동으로 벌이고 있는 3단계 적조방제법이 효과를 발휘한다고 보고 있다. 적조 퇴치 3단계 전략은 적조가 보통 먼 바다에서 생성돼 조류를 따라 연안 쪽으로 몰려들면서 어장에 피해를 주고 있는 점에 착안해 만들었다.

1단계로 기동력이 뛰어난 해양경찰서 소속 방제선과 고속정을 여수시 돌산∼개도∼금오도 등 최전방 바다 길목에 배치해 소화용 물대포를 쏘며 적조 진입을 차단하고 있다. 2단계로 전남도와 여수시는 어업지도선 등으로 구성된 전해수(전기적인 힘을 가해 산성을 띠며 적조생물을 소멸시키는 물) 살포 선단을 어장으로부터 500m 내외 지점에 배치해 일부 유입된 적조를 사멸하고 있다. 3단계는 어장 주변에서 워터제트 엔진을 장착한 민관 소형 선박 30여 척을 동원해 거센 물살로 적조를 희석, 분산시켜 피해를 막는다는 것이다. 정병재 전남도 해양수산국장은 “현장 지휘 체계를 갖추고 해전을 방불케 하는 치밀한 작전으로 방제활동을 벌인 결과 아직까지 연안 양식어장에서 피해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완도와 진도해역에 형성된 냉수대도 적조 확산을 막는 역할을 하고 있다. 20일 현재 완도군 고금도 앞 해역 수온은 16∼20도로 낮다. 지난달 초 형성된 냉수대가 20일이 넘도록 머물면서 이 일대 적조가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진도해역에서 발생한 냉수대도 남해서부해역의 적조생물 증식을 막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냉수대가 약화돼 수온이 22∼23도로 오르면 적조 확산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적조#세라튬#코클로디니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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