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대학, 더 친절한 순 없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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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핥기’ 입시정보에 학부모는 ‘한숨’

최근 서울의 한 고교에서 열린 대입 설명회.
최근 서울의 한 고교에서 열린 대입 설명회.
“고3인 딸의 수시모집 논술전형 지원을 대비하기 위해 지난해 논술전형 추가 합격자의 내신 성적 커트라인은 얼마였는지, 올해 논술문항에선 어떤 제재가 출제될 수 있는지 등 정보를 얻고자 대입 설명회장을 찾았어요. 그런데 대학 관계자가 말한 내용은 ‘사회계열에서 영어지문이 출제된다’ ‘자연계에선 수학·물리 통합문항이 출제된다’ 정도로 이미 다 아는 기초수준의 정보였지요. 서울 강남의 논술학원에선 자체 분석한 출제경향과 대비법도 가르쳐준다는데, 100% 신뢰할 수는 없지만 다른 방도가 없으니 그 정보에 기댈 수밖에 없죠.”(학부모 A 씨·서울 강동구)

서울의 한 고교에서 최근 열린 대입 설명회장. 서울지역 4개 상위권 대학의 입학관계자가 강사로 나선 이날 설명회를 찾은 학부모 B 씨(서울 송파구)는 “이번 설명회처럼 여러 상위권대학 입학관계자를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자리에 오면 각 대학이 지난해 합격자 사례를 보여주면서 그 대학만의 학생 평가기준이나 관점 등을 가르쳐주기를 학부모들은 기대한다”면서 “그러나 정작 대학관계자는 학교 홍보에 절반에 가까운 시간을 소비할 뿐 실제 진학전략을 짜는 데 참고할 만한 팁은 가르쳐 준 게 없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2014학년도 대입을 코앞에 두고 대입 수험생 학부모들은 수험생 자녀의 진학 전략을 짜는데 필요한 정보를 구하기 어렵다는 고충을 토로한다. 특히 대입에서 수시모집의 비중이 70% 가까이 확대되면서 ‘정보 부족’을 호소하는 학부모들의 목소리도 더 높아지는 상황. 수능 점수로 합격·불합격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는 정시모집과 달리 논술전형과 입학사정관전형 등 수시모집은 합격 요인을 몇 가지 수치로 단정해 말할 수 없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학부모들은 당락의 권한을 틀어쥔 대학이 내놓는 정보 하나가 아쉬운 상황이다.

하지만 대학들은 지난해 실제 합격자의 논술시험 결과나 자기소개서·면접 결과, 내신 성적 등 학부모가 알고 싶어 하는 핵심정보를 공개하기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최상위권 대학 세 곳은 수시모집 합격자의 사례를 일절 공개하지 않는다는 공식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많은 학부모 입장에선 ‘누구네 아들이 ○○대회 수상경력으로 ○○대 입학사정관전형에 붙었다’는 식의 확인되지 않은 풍문에 기대거나 일부 사교육업체와 고가의 입시컨설팅업체가 제시하는 정보에 전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 이처럼 일부의 합격자 사례가 ‘합격 모델’로 일반화되는 과정에서 더 많은 오해나 왜곡된 정보가 양산되기 때문에 이렇게 얻은 잘못된 정보를 토대로 수험생들이 입시를 준비하는 ‘악순환’이 발생되기도 한다.

‘종합적으로 평가’ ‘홈페이지 참고하라’ 답변에 학부모는 ‘허탈’

입시전략을 세우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정보에 대해서도 대학이 친절히 설명을 해주려 하지 않는다는 게 학부모들의 지적이다.

대입 입학사정관전형에서 주요 평가항목이 되는 ‘자기주도성’ ‘창의성’ ‘리더십’ 등 개념은 학부모 입장에선 그 의미를 명확히 가늠하기 어려운 게 사실. 하지만 이 같은 평가용어에 대한 추가 설명을 대학 측에 요구해도 추상적이고 애매한 답변만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고 학부모들은 말한다.

고3 수험생을 둔 학부모 겸 고교 3학년 부장교사인 C 씨는 “입학사정관전형에서 ‘전공적합성’ 항목을 점수화하는 기준을 알고 싶어 최근 몇 개 대학의 입학부서에 문의했는데 ‘정성평가다’ ‘공개할 적절한 사례가 없다’ ‘홈페이지를 참고하라’는 답만 들었다. 결국 일선 고교 교사도 상당 부분 개인적 예견에 의지해 진학지도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상위권’ 대학 빠진 대입 박람회… 대학 측 “단독 설명회로 설명회 효과 높인다”

대학의 홈페이지에 게시된 자료를 참고하거나 전화로 문의하는 방법으로는 학부모가 원하는 정보를 얻기 어렵다 보니 대학 관계자를 직접 만날 수 있는 대입 설명회나 박람회장은 인산인해를 이룬다.

하지만 박람회장에서 상대적으로 학부모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최상위권 대학의 관계자를 만나는 일은 쉽지 않다고 학부모들은 토로한다. 실제로 이달 25일부터 나흘간 서울에서 열리는 한 수시모집 대입 정보 박람회에서는 전국 109개 대학이 참여하지만 서울대 고려대(서울) 연세대(서울) 등 이른바 ‘SKY’ 대학을 비롯해 서강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양대(서울) 등 9개 주요 대학은 참여하지 않을 예정.

한 상위권 대학 입학관계자는 “보통 박람회를 방문하는 수험생 중 우리 대학을 실제 지원할 학생은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에 별도 비용을 들여 박람회에 참가하는 것이 다소 소모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또 다른 상위권 대학의 입학처장은 “학생들이 책자만 챙겨가는 수준인 대형 박람회나 설명회는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실제적인 정보를 주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라며 “차라리 단독 설명회를 열어 3시간이 넘는 충분한 시간 동안 설명과 상담을 진행하는 방법으로 설명회의 질을 높여가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강훈 기자 ygh8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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