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광주전남 350개 우체국엔 情이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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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판에 지역문화 그림-글 실어
집배원들 산불신고-아동지킴이 헌신

전남 목포우체국 게시판 앞에서 어린이들이 ‘들려온다! 구릿빛 뱃노래 삼학항구에 이별은 없다’는 글귀가 적힌 삼학도 그림을 보고 있다. 전남지방우정청은 광주전남 지역 350여 개 우체국 게시판에 각 지역의 정서와 문화가 담긴 글과 그림을 전시하고 있다. 전남지방우정청 제공
전남 목포우체국 게시판 앞에서 어린이들이 ‘들려온다! 구릿빛 뱃노래 삼학항구에 이별은 없다’는 글귀가 적힌 삼학도 그림을 보고 있다. 전남지방우정청은 광주전남 지역 350여 개 우체국 게시판에 각 지역의 정서와 문화가 담긴 글과 그림을 전시하고 있다. 전남지방우정청 제공
한반도 최서남단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 항구 인근에 우체국이 있다. 전국 우체국 중 가장 오지에 있다. 이 우체국 게시판에는 수채화 같은 그림이 걸려 있다. 주민 임영덕 씨(67)는 8일 “목포에서 쾌속선을 타도 4시간이 걸리는 가거도는 우체국이 유일한 금융기관”이라며 “가거도 주민 500명에게 연락을 전해주는 우체국 게시판에 멋있는 그림까지 전시해 좋다”고 말했다.

전남지방우정청은 3월부터 우체국 게시판에 ‘지역 정서와 문화가 담긴 그림과 글’을 싣고 있다. 그림과 글은 계절에 따라 바뀐다. 타 지역 우체국 게시판이 보험·저축 상품을 홍보하는 것과 달리 주민들에게 게시판을 돌려준 것이다. 광주전남 지역 350여 개 우체국 게시판은 지난달 17일부터 22개 시군별로 이색적인 여름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광주지역 우체국 게시판에는 무등산 입석대 그림이 실려 있다. 전남 여수지역 우체국 게시판에는 ‘여름!! 오동도 파도 뛰어 거문도로 날아보자’란 글귀가 적힌 거문도 그림이 걸려 있다. 진도 우체국 게시판에는 ‘에미야! 돌미역 부친다. 엄니요! 생여름 발 받았씨요 잉’이라는 재미있는 문구가 적힌 진도대교 그림이 전시돼 있다.

전남지방우정청은 우체국 게시판에 실린 22개 그림과 글을 계절별 우편엽서로 제작해 주민에게 배부하고 있다. 김병수 전남지방우정청장은 “우체국 게시판을 남도의 멋을 전하는 공간으로 만든 것은 주민에게 다가서려는 작은 노력”이라고 말했다.

집배원들은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이 발달했지만 산골이나 섬 등 오지 주민에게 우편·화물 등을 전달하는 주요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의 역할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3월 11일 전남 장흥군 유치면에서 김남인 씨(47) 등 집배원 2명이 산불을 발견해 조기 진화했다. 산불이 확산됐더라면 지역 주산물인 표고버섯 밭과 가옥이 큰 피해를 볼 뻔한 상황이었다. 목포우체국 김향삼 집배원(41)은 극진한 효행과 주민에 대한 사랑의 실천으로 주변에서 ‘천사 집배원’으로 통하고 있다. 그는 어머니뿐 아니라 홀로 된 장인까지 봉양하고 있다. 2006년부터는 홀로 사는 노인 3명과 인연을 맺어 돕고 있다.

이처럼 집배원 1500명은 홀로 사는 노인 챙기기, 산불 조기 발견 신고, 아동지킴이 등 주민에게 다가서는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봉사활동에 드는 비용은 우체국 보험사업 수익금에서 마련한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우체국#게시판#그림#집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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