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태화루 건립에 民-官-기업 세박자 공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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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상량식… 내년 3월 준공
시민문화단체, 건립운동 시작하고 울산시, 374억 들여 용지 확보
에쓰오일은 건축비 100억 기탁

울산 태화루 상량식(上梁式·건물의 중심인 마룻대를 보 위에 얹는 의식)이 30일 오후 울산 중구 태화동 건립 현장에서 열렸다. 박맹우 시장 등 참석자들이 상량식을 거행하고 있다. 울산시 제공
울산 태화루 상량식(上梁式·건물의 중심인 마룻대를 보 위에 얹는 의식)이 30일 오후 울산 중구 태화동 건립 현장에서 열렸다. 박맹우 시장 등 참석자들이 상량식을 거행하고 있다. 울산시 제공
‘행정지원(울산시)+건축비 후원(기업체)+재능기부(문화계)의 절묘한 3박자!’

신라시대 울산 태화사의 누각으로 건립됐으나 임진왜란 때 불에 타 없어진 뒤 420여 년 만에 건립되는 태화루(太和樓)에는 각계의 정성이 담긴다. 30일엔 태화루 상량식(上梁式·건물의 중심인 마룻대를 보 위에 얹는 의식)이 열렸다.

○ 관, 기업체, 문화계 원로 ‘합작품’

태화루가 건립되는 곳은 태화강변의 야트막한 언덕인 울산 중구 태화동 91-2 일원 1만403m²(약 3150평). 이곳에는 원래 고층 아파트 건립이 추진됐다. 건축 행위가 불가능한 하천용지였으나 1976년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주거지역으로 변경됐다. 이어 1994년에는 주상복합아파트 등 근린생활시설 건립이 가능한 준주거지역으로 바뀌었다. 한 건설사는 이곳에 35층의 주상복합아파트를 짓겠다며 2005년 11월 건축허가를 신청했다. 법적인 하자는 없었다. 하지만 울산시는 ‘태화루 복원에 필요한 지역’이라는 이유로 반려했다.

시는 2011년까지 374억 원을 들여 태화루 건립에 필요한 이 일대의 땅을 모두 사들였다. 시가 처음부터 태화루 건립에 공을 들인 것은 아니었다.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1990년대 초반부터 태화루 건립 운동이 추진됐고, 예산 10억 원도 확보했다. 그러나 시는 “태화루의 옛 위치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1995년 사업을 중단했다. 태화루 건립 사업은 2002년 박맹우 시장이 취임하면서 다시 추진됐다.

울산에 공장이 있는 ㈜에쓰오일은 지난해 3월 태화루 건축비 100억 원을 울산시에 기탁했다. 태화루 상량문은 울산 출신 국문학자인 울산대 양명학 명예교수(72)가 맡았다. 양 교수는 “상량문을 짓도록 맡겨 준 것만으로도 영광”이라며 시의 사례를 마다했다. 양 교수는 상량문 20여 편을 연구하고 울산의 문화와 역사, 120만 울산시민의 염원 등을 담아 200자 원고지 21장 분량으로 상량문을 지었다.

○ “시민 자긍심 높이는 문화 자산”

태화루는 신라 선덕여왕(재위 632∼647년) 때 건립된 것으로 전해진다. 진주 촉석루와 밀양 영남루, 안동 영호루와 함께 ‘영남 4대 누각’으로 불렸다. 현재 건립 장소에서 신라시대 기와조각이 여러 편 발굴된 점으로 미뤄 이곳을 태화루 터로 추정했다. 하지만 남아 있는 자료가 없어 건물 형태는 알 수 없다. 자문위원회(23명)에서 태화루 건립 시기인 신라시대 대신 고려 말∼조선 초기 건축 양식의 정면 7칸(길이 21.6m)과 측면 4칸(〃 11.4m)인 주심포(柱心包) 식으로 건립하기로 확정했다. 영남루의 형태도 참조했다. 그래서 이 사업은 태화루 복원(復元)이 아니라 건립 또는 신축으로 불린다. 태화루 건립은 장인들이 책임지고 있다.

2011년 9월 시작된 기초공사에는 다보탑 등 국보급 문화재 복원을 맡은 윤만걸 석공예 명장(61)이 참여했다. 지난달부터 시작된 목공사는 숭례문 복원 등 국내 주요 궁궐 건축에 참여한 신응수 대목장(71)이 지휘하고 있다. 단청은 광화문 등에 색채를 입혔던 양용호 단청장(64)이, 태화루 현판 휘호는 경복궁과 창덕궁 현판을 쓴 서예가 소헌 정도준 선생(65)이 맡는다.

태화루는 내년 3월 완공 예정이다. 박 시장은 상량식에서 “태화루가 완공되면 ‘산업수도’ 울산이 ‘문화도시’로 도약하면서 울산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시민의 자긍심을 고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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