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5·18단체-경찰 ‘평화로운 기념식’ 숨은 노력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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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일 북부서장, 시위자제 설득

올해 5·18민주화운동 33주년 기념식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과 5·18 왜곡에 대한 반발로 그 어느 때보다 긴장이 고조됐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기념식은 평화로웠다. 올 5·18기념식의 순조로운 진행에 한 경찰 지휘관의 역할이 컸다는 후문이 5·18 단체들 사이에서 나온다.

18일 오전 10시부터 20분 동안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진행된 기념식이 평화적으로 끝난 것은 경찰과 5월 단체가 묘지 앞에서 집회를 하던 사람들을 설득해 가능했다. 특히 집회를 이어가던 사람들을 끝까지 설득해 평화로운 기념식 진행을 가능하게 만든 일등공신으로 박석일 광주 북부경찰서장(48·사진)을 꼽는 사람이 많다. 일부 진보단체 회원 100여 명은 17일 오전 11시부터 5·18민주묘지 입구인 민주의 문 앞에서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하라” “정부가 5·18 왜곡에 대처하라”고 외치며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대통령 행보를 막지 않겠다. 하지만 5·18기념식 때까지 집회를 이어가겠다”고 주장했다.

경찰과 5월 단체 회원들은 “대통령이 참석하는 기념식에 집회는 안 된다. 평화롭게 진행돼야 한다”며 설득에 나섰다. 밤샘 설득이 이어졌고 18일 오전 8시 10분 진보단체 회원들은 인근 망월동 묘역으로 이동했다. 기념식이 2시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행사 파행이 우려되는 만큼 집회를 해산시키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관계 요로에서 나왔지만 박 서장은 “설득이 가능하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요청해 물리적 충돌까지는 가지 않았다.

당시 묘지 주변에는 경찰관 4000명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었고 전남대에는 전국에서 모인 학생 1000여 명이 있었다. 경찰과 일부 진보단체 회원이 1차 물리적 충돌을 할 경우 2차 대규모 충돌로 이어질 우려가 있었다. 진보단체 회원들은 5·18기념식이 열릴 때 망월동 묘역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식’을 열었다.

오재일 5·18기념재단 이사장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문제로 5월 3단체 회원들은 기념식 직전까지 민주의 문 앞에서 목소리를 높였지만 기념식이 시작되자 모두 참석한 만큼 반쪽 행사는 아니었다고 본다”며 “올해 5·18기념식이 평화롭게 진행되게 만든 일등공신은 5·18민주묘지를 관할하는 박석일 서장이다”고 말했다.

박 서장은 경찰대 3기로 2007년 총경으로 승진해 전남 해남경찰서장, 광주지방경찰청 경무과장 등을 지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a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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