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영남-전남대 취업 지원역량 돋보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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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취업률 뺀 지원 인프라만 살펴보니

고려대는 ‘커리어 개발 프로그램’을 통해 1∼3학년 학생이 자기 이해→직업정보 탐색→의사결정 과정을 밟으면서 진로를 개발하도록 
돕는다. 3시간씩 5번 참여해야 한다. 흥미와 가치관을 알아보기 위해 심리검사 도구까지 활용한다. 사진은 지난해 열린 프로그램. 
고려대 제공
고려대는 ‘커리어 개발 프로그램’을 통해 1∼3학년 학생이 자기 이해→직업정보 탐색→의사결정 과정을 밟으면서 진로를 개발하도록 돕는다. 3시간씩 5번 참여해야 한다. 흥미와 가치관을 알아보기 위해 심리검사 도구까지 활용한다. 사진은 지난해 열린 프로그램. 고려대 제공
“총장님까지 발로 뜁니다. 현장에선 허리를 숙였습니다. 학교 ‘간판’이 빛나지 않아 학생이 취업 시장에서 눈물 흘리지 않게 만들겠다고….”

지방대 교직원의 말이다. 총장을 중심으로, 졸업생이 청년 실업자로 전락하는 모습을 보지 말자는 공감대에 따른 변화. 취업 프로그램을 만들고 지원 인력을 늘렸다. 그러나 취업률은 몇 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이 교직원은 “그놈의 이름값 때문에”라는 말만 반복했다. 먼 산만 바라보는 눈엔 아쉬움이 가득했다.

구인·구직 시장에서 이름값만 믿는 학교가 나을까, 노력하는 학교가 빛이 날까. 동아일보는 후자에 관심을 가졌다. 취업률(성과 지표)을 배제하고 대학의 노력이 반영된 지원역량을 따로 분석했다. 그랬더니 의미 있는 결과가 나왔다. 반짝반짝 빛나는 성공 스토리가 눈에 들어왔다.

○ 맞춤형 컨설팅이 최고 효과

많은 대학은 언론사의 평가에 불만이 크다. 열심히 뛰는 대학의 발목을 잡는다고. 취업률에만 초점을 맞춘다고. 입학생 수준은 고려하지 않고 숫자에만 초점을 맞춰 의욕까지 꺾는다고.

동아일보는 전국 198개 4년제 대학 중에서 취업률과 지원역량이 모두 우수한 학교로 청년드림 대학(25곳)과 후보 대학(25곳)을 선정했다. 지원역량만 별도로 분석하면 어떨까.

13개 항목에 1000점 만점. 학생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항목에 가중치를 줬다. 그 결과 직업체험기회(122점)와 취업 전형대비 정보(106점) 항목의 배점이 1, 2위로 가장 높았다. 전체에서 금융혜택(35점) 항목의 배점이 가장 낮았다.

학교별 조사 대상은 4학년에서 100명씩 모두 5000명. 고려대(828점)가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직업체험기회 1위, 취업 전형대비 정보 2위에 오른 영향이 컸다. 학생이 가장 원하는 부분에 학교가 신경을 쓴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고려대가 자랑하는 경력개발센터 덕분이다. 여기선 산학연계현장실습 학점인정 제도(3학점)를 운영한다. 이 센터 안성식 주임은 “인턴십 제도는 단과대에서도 최대 12학점까지 인정한다”며 “학교도 이 제도를 적극 지원하고 있고 학생의 이용률도 높다”고 말했다.

백유림 씨(25)는 고려대 심리학과를 올해 졸업하고 한화그룹에 입사했다. 처음 취업특강을 들을 땐 반신반의했다. 그러다 맞춤형 컨설팅에서 예리한 지적을 받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고려대 진로개발 프로그램은 고난의 행군이라 불려요. 당장은 힘들죠. 하지만 취업 시장에 나오면 진면목을 알게 됩니다.”

취업률을 제외하고 지원역량만 분석한 결과 고려대 동아대 명지대 서강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숙명여대 우송대 이화여대 조선대가 1그룹(상위 10곳·가나다순)에 속했다. 2그룹인 다음 상위 10개 대학은 계명대 광운대 순천향대 숭실대 아주대 연세대 영남대 전남대 한국산업기술대 한림대(가나다순)였다.

13개 항목별로 1∼3위를 정리하면 동아대가 가장 많은 4개 항목에 들어 있었다. 서강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숙명여대 순천향대 우송대 등 6개 학교는 3개 항목에 속했다.

○ 자신감 심어주며 격려

부산의 동아대 체육학과를 졸업한 이신호 씨(25). 금융 취업동아리인 프런티어스에서 특강을 들었다. 학교는 금융권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을 위해 △프런티어스(미취업 졸업생) △리더스 주니어(2, 3학년) △리더스 클럽(4학년)이란 동아리를 지원한다.

이 씨는 늦깎이 취업 준비생이었다. 3학년이 돼서야 본격적으로 준비했다. 그전까진 체육 관련 일을 할 거란 생각만 했다. 그러다 관심을 가지게 된 금융 관련 업무. 늦었지만 열망은 컸다. 열망은 갈망이 됐다. 하지만 어디서, 어떻게 시작할지 막막했다.

포기하려던 즈음, 학교에 취업정보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으로 찾아갔다. 첫 면담에서 쭈뼛거리자 실장은 고개부터 들라면서 강조했다. “필요한 정보는 학교가 제공한다. 단계별 지원도 아낌없이 한다. 너는 뒤만 돌아보지 마라.” 1년 뒤 그는 합격 통지를 받았다. 국내 굴지의 은행 두 곳으로부터.

동아대는 지원역량 중심 평가에서 상위 10개 대학에 들었다. 금융플랜 지원 1위, 취업 본인 적합정보 2위, 학생조직활동 3위 등 항목별로 고르게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 학교는 취업률까지 합산한 청년드림 대학 25곳에는 들지 못했다. 수도권 명문대에 이름값은 다소 밀리지만 학교의 열정과 의지만큼은 못지않다는 의미다.

이 같은 숨겨진 보석, ‘히든 챔피언’은 동아대 말고도 더 있다. 조선대(광주) 영남대(경북 경산) 전남대(광주)가 대표적. 이 대학들은 공통적으로 특히 강한 항목을 보유했다. △조선대는 학생조직활동 2위, 취업 기회정보 4위 △영남대는 취업 전형대비 정보 1위, 취업 기회정보 6위 △전남대는 직업체험기회 5위, 비정규교육과정 8위였다.

송봉정 씨(26·영남대 경영학과 4학년)는 취업은 못했지만 마음은 가볍다. 지난해 4월부터 참여한 취업스터디 ‘신입사원’이 그에게 확신을 줬다. 학교는 스터디룸을 제공한다. 교재비와 활동비까지 지원한다. 또 전문 컨설턴트에게 수시로 상담을 받도록 한다. 지금 그의 심정은 어떨까.

“혼자 취업 준비를 할 땐 불안했다. 연약한 갈대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은 다르다. 객관적이고 진심 어린 평가에 상세한 피드백까지 해주는 스터디원과 함께라면 냉혹한 취업 시장에서 부러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특별취재팀
#컨설팅#전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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