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전통시장 무료배송서비스 시행 6년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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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송센터? 그런 게 있었나”… 상인도 고객도 금시초문

화곡동 남부골목시장 무료배송센터. 2009년 문을 열 때만 해도 배송센터로 인해 시장이 활성화될 거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홍보 부족과 상인들의 이용률 저조로 2년 만에 문을 닫았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화곡동 남부골목시장 무료배송센터. 2009년 문을 열 때만 해도 배송센터로 인해 시장이 활성화될 거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홍보 부족과 상인들의 이용률 저조로 2년 만에 문을 닫았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우리 시장에 무료배송서비스 센터가 있었다고요? 금시초문인데….”

3일 오후 강서구 화곡동의 까치산시장. 이 시장에서 쌀가게를 운영하는 임광식 씨는 “시장 안에 배송센터가 어디 있느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날 만난 다른 상인들도 대부분 “처음 들어본다”는 반응이었다.

금시초문이라는 반응과 달리 이 시장에는 무료배송서비스 센터가 있었다. 서울시는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시내 34개 시장에 무료공동배송 센터 설치 지원금을 지급했다. 전통시장에서 대형마트처럼 무료배송 서비스가 실시되면 사람들이 더 많이 찾을 것이라고 봤기 때문. 시장 한 곳당 최대 3300만 원씩 9억8100만 원을 지원했다. 시는 설치비와 초기 운영비를 지원해준 다음 시장 상인들이 나서서 센터를 활성화하게 할 작정이었다.

까치산시장도 2009년 지원을 받아 배송용 경차 등을 구입하고 배송센터 운영에 들어갔다. 그러나 현재는 배송센터 운영이 중단됐다.

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지원금으로 문을 열긴 했지만 배송 직원 인건비와 차량 유지비 등이 부족해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상인회 차원에서 배송센터를 이용하라는 홍보도 거의 하지 않아 센터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고객이나 상인도 소수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센터의 수익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했다.

시에 따르면 지원금을 받은 뒤 배송센터를 운영하다 폐쇄했거나 배송 실적이 거의 없는 곳은 34곳 중 10곳 안팎에 이른다.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고자 지원책을 내놨지만 효과를 내지 못하는 곳이 상당수인 셈.

2009년 문을 연 화곡동의 남부골목시장 배송센터도 2년 만에 문을 닫았다. 우선 배송 건당 상인이 배송센터에 지급하는 배송료가 1000원 수준이어서 배송료만으로 인건비나 운영비를 감당하기 버거웠다. 일부 상인은 고객의 배송비를 자신들이 부담하는 것에 거부감을 가졌다. 오토바이가 있는 상인들이 개별 배송을 고집하는 바람에 배송 물량이 적어 배송센터 수익은 더 떨어졌다.

반면에 2008년 지원금을 받아 배송센터를 설치한 중랑구 망우동의 우림시장은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대표적 사례다. 이 시장 배송센터는 상인에게서 받는 건당 2000원의 배송료 외에 상인회비 6만 원에서 6000원씩을 따로 떼어내 인건비와 운영비로 사용한다. 언제나 무료로 배송을 해준다는 소문이 나면서 손님도 늘었다. 이 시장 역시 센터 설립 전 상인들의 반발이 있었다. 배송 직원의 월급을 배송료로 감당하지 않고 왜 상인들이 따로 줘야 하느냐는 것. 이에 시장 상인회가 나서 두 달에 걸쳐 상인들을 설득했다. 상인회 박철우 회장은 “배송센터는 하루 40건에 이르는 배송건수에도 불구하고 낮은 배송료 탓에 월 120만 원가량 적자가 나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고객을 끌어와 시장 전체 매출을 극대화하는 사업이기에 배송을 활성화할수록 시장도 살아난다고 설득했다”고 했다.

시는 올해 새로 지정되는 20개 시장에 8개월간 인건비를 지원해줄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상인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인건비 지원이 끊긴 이후 다시 운영이 지지부진해질 수밖에 없다”며 “배송센터 운영은 수익 사업이 아니라 시장 활성화를 위한 서비스라는 점을 인식하고 상인과 상인회가 운영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전통시장#무료배송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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