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의결” 외친 여야, 여론 눈치보며 속도조절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 MB, 택시법 거부권 행사

이명박 대통령은 22일 택시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인정하는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 촉진법’ 개정안(일명 ‘택시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 앞 도로에서 빨간 신호등에 멈춰 선 택시 정면으로 청와대가 보인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
이명박 대통령은 22일 택시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인정하는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 촉진법’ 개정안(일명 ‘택시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 앞 도로에서 빨간 신호등에 멈춰 선 택시 정면으로 청와대가 보인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
택시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인정하고 지원하는 내용의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 촉진법’ 개정안(일명 ‘택시법’)의 운명은 다시 국회로 넘겨졌다. 이명박 대통령의 재의 요구(거부권)에 대해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국회를 무시한 결정”이라며 재의결 의사를 밝혔지만 미묘한 온도 차도 감지된다.

새누리당은 각계 의견 수렴을 거친 뒤 최종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즉각적인 재의결 수순을 밝히기보다는 정부의 택시업계 설득 과정을 지켜보며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뜻이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2일 기자들과 만나 “(재의 요구는) 국회의 의사를 무시하는 행동”이라면서도 “정부가 대체 입법을 하겠다는 생각이 있으니 내용을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거기에 대해 택시업계나 민주당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얘기를 들어 보고 최종 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국회가 여야 합의(찬성 222명)로 통과시킨 법안을 정부가 거부한 것은 내심 불편하지만 택시법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1월 임시국회 개회가 불투명해진 만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24일 임시 국회 개회에 잠정 합의했었으나 쌍용차 사태 국정조사 문제 등으로 사흘 전인 21일까지 소집요구가 이뤄지지 않아 일단 무산된 상태다.

새누리당도 공식적으로는 재의결에 무게를 싣고 있다. 과도한 재정 부담에 따른 비판 여론이 부담스럽지만 여야 의원들의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킨 법안을 무효화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원내대표는 “기본 스탠스는 민주당이 기어코 재의해야겠다고 요구하면 그것을 수용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재의결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이다.

박기춘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의원 222명이 법안에 찬성해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라며 “재의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 안에서도 정부와 새누리당의 태도와 반응을 지켜보자는 기류가 없지 않다.

박근혜 당선인 측은 “입법부와 행정부가 다룰 문제”라며 이번 논란에서 한발 물러서는 분위기다. 정권 인수인계 상황에서 굳이 입법부와 행정부가 첨예하게 붙어 있는 사안에 끼어들 필요가 없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재의 요구안에 서명함으로써 요구안은 조만간 국회로 넘어올 예정이다. 헌법 53조 4항은 “재의 요구가 있을 때에는 국회는 재의에 부치고, 재적 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전과 같은 의결을 하면 그 법률안은 법률로서 확정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국회는 재적 의원 3분의 2를 웃도는 222명의 찬성으로 택시법을 처리했기 때문에 여야가 실제 재의결에 나설 경우 요건을 갖추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재의결이 이뤄지면 헌법 53조 6항에 따라 대통령은 확정된 법률을 지체 없이 공포해야 한다. 정부에 이송된 지 5일 이내에 대통령이 공포하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공포하게 돼 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택시법#재의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