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조화 어렵던 대학가와 주택가… 세대-문화의 벽 허물기 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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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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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장전-남산동 ‘즐거운 커넥션’
인디밴드-아빠밴드-합창단 한자리에 모여 문화행사
상대방 동네 삶 교차취재… 공동 마을잡지도 3호째

부산 금정구 장전동 청년들과 남산동 주부자들이 서로 교차 취재한 내용을 놓고 토론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제1호 잡지 께끼다와 2호 잡지 엇끼다를 펴낸 뒤 현재는 3호 잡지 대끼다 만들기 작업을 하고 있다. 금샘마을공동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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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산 금샘을 뿌리로 한 부산 금정구 장전동과 남산동은 이웃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어색함이 있었다. 부산대를 끼고 있는 장전동은 ‘젊음 문화’가, 주택지인 남산동은 ‘생활 문화’가 자리 잡아 조화를 이뤄 내기가 쉽지 않았다. 지난해부터는 남산동에 부산외국어대 신축 공사가 진행되면서 청년문화 유입 및 유흥가 형성에 대한 우려까지 터져 나왔다.

6년 전 주민들이 만든 ‘금샘마을공동체’는 이 같은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올해 초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등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생활문화공동체 만들기 사업에 참여하기로 뜻을 모았다. 청년문화와 지역문화가 어우러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제안한 ‘장전-남산 커넥션’ 프로그램이 6월 지원사업으로 뽑히면서 분위기도 좋아졌다.

이 사업은 수공예, 오디션 형식으로 진행되는 ‘슈퍼스타 남산동’ 등의 행사로 꾸며진다. 40, 50대 가장들로 구성된 아빠밴드와 주부 및 어린이가 함께하는 합창단 공연, 마을 주민 동아리와 대학가에서 활동하는 인디밴드 공연 등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중 마을잡지 제작은 생활문화공동체 만들기 사업의 결정체다. 장전동 청년과 남산동 아줌마들이 서로의 삶을 취재하고 골목 이야기를 발굴해 포켓북보다 조금 큰 잡지에다 소소한 재미를 담았다.

잡지 기자단은 남산동 주부 3명과 장전동 청년 5명이며 모두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장전동 청년들은 대학생, 지역예술인, 아마추어 작가 등이다. 9월에는 ‘옆에서 거들어 잘 어울리게 하다’라는 뜻의 1호 잡지 ‘께끼다’를 펴냈다. 교차 취재, 우리 동네에서 무슨 일이, 동네를 걷다, 텃밭 찾기를 통해 색다른 문화교류를 시도했다. 주부들은 대학카페와 춤 동아리 등 장전동 청년문화활동을, 청년들은 놀이터 음악회와 금샘마을 도서관 등 지역문화 활동을 소개했다.

지난달에는 ‘둘 이상의 사물이 서로 맞물리다’라는 뜻의 2호 잡지 ‘엇끼다’가 나왔다. 현재는 ‘곡식을 마지막으로 깨끗이 찧다’라는 뜻의 3호 잡지 ‘대끼다’를 만들기 위해 교차 취재를 하고 있다. 한 번에 700부 정도 발행되는 이 잡지는 금정구 관내 각 단체와 회원, 관공서, 도서관 등에 나눠 준다.

동화와 시를 쓰고 있는 주부 기자 박계숙 씨(42)는 “청년들과 함께 일을 하다 보면 세대차도 있지만 젊어지는 기분도 든다”라며 “그런 힘이 지역공동체의 밑거름이 된다”라고 말했다. 청년 기자 박진명 씨(32)는 “주민들을 만나면서 생활공동체 의식을 느끼고 어른들의 애로사항도 피부로 체험한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마을잡지 편집 책임을 맡고 있는 이희종 씨(36)는 “세대와 문화의 벽을 허무는 일이 결코 쉽지 않지만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가면서 문화·생활공동체를 만들어 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부산#엇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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