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투어 시장투어 농촌투어… 일상체험에 관광대국 답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 21일 외국인 관광객 年1000만명 돌파할듯… 한계와 과제

올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21일경 10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외국인 관광객 2000만 명 시대를 앞당기기 위한 고민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정부가 2020년까지 달성하겠다고 목표로 삼은 ‘연간 외국인 관광객 2000만 명’은 ‘관광대국’을 상징하는 기준으로 꼽힌다.

이명박 대통령은 외국인 관광객 1000만 명 유치를 기념해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관광산업 성과보고대회’에서 “이제 대한민국 하면 ‘떠오르는 나라’ ‘꼭 가보고 싶은 나라’가 됐는데 이에 걸맞게 관광업계도 ‘질적 관광’으로의 큰 변신을 해야 할 때가 왔다”고 강조했다.

○ ‘그들이 원하는 것’에 주목하자

관광객 1000만 명 시대를 연 주역은 고궁, 박물관, 도심 쇼핑 등 한국의 ‘간판’들이었다. 전문가들은 2000만 명 시대를 열려면 ‘숨은 1인치’를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관광객을 직접 맞이하는 여행, 호텔, 면세점업계에선 야구장이나 수산시장처럼 정(情)과 흥(興) 등 한국인 고유의 정서적 특징인 ‘K-DNA’를 잘 살릴 수 있는 아이템을 개발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의 취향은 다양해지고 있지만 현재의 관광상품은 관광객들의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작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중 79.7%가 서울에 몰렸다. 한국을 찾는 관광객의 재방문 비율은 2009년 43.7%, 2010년 41.9%, 2011년 39.1%로 하락하고 있다. 볼 게 한정돼 있다고 생각하니 재방문율도 떨어지는 것이다.

외국인 VIP 전문 여행사인 코스모진의 직원들은 서울 강남구청과 진행하는 강남시티 투어에서 나오는 외국인들의 반응에 매번 놀란다. 강북 구도심에 주로 몰린 전통적인 관광지가 아니라 국기원, 봉은사, 압구정 로데오거리 등을 둘러보는 코스에 의외로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인기에 발맞춰 지난달 ‘강남 인사이더’ 패키지를 내놓은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 측은 최근 홍콩 기자단을 초대했다. 강남 코스를 구경한 기자 중 상당수가 “대치동 은마아파트 떡볶이집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한국관광공사는 강남구청 등과 함께 강남 일대 관광코스 개발에 들어갔다. 내년 4월엔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전국 곳곳을 훑는 24박 25일 일정의 자전거 여행상품을 선보인다.

골목 구석구석의 정취를 느끼기 위해 개별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서울 종로구 계동 한옥마을.
골목 구석구석의 정취를 느끼기 위해 개별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서울 종로구 계동 한옥마을.
○ 다시 찾는 대한민국

한국 관광산업이 양적인 팽창은 이뤘지만 내실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은 2008년보다 42% 증가했지만 1인당 소비금액은 2008년 1410달러에서 지난해 1250달러로 오히려 줄었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재방문율을 높이고 씀씀이를 키울 수 있는 아이템 발굴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외국인들이 다시 찾게 하려면 관광을 명소 중심에서 골목투어나 시장투어, 농촌관광마을 등과 연계해 한국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일상으로 들어가는’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달 관광객 1000만 명 시대 관련 보고서를 낸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포스트 1000만 명 시대’의 화두로 특성화 다양화를 꼽았다. 1000만 명 시대까지는 체계화, 글로벌 표준화에 주안점을 두면서 주로 지방자치단체나 중앙정부가 바라보는 관점에서 관광상품 개발이 이뤄졌지만 앞으로는 관광객의 시선에서 서비스 욕구를 충족시킬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관광을 활성화하는 문제도 시급하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관광객들이 도쿄(60.3%·복수응답) 외에 오사카(26.1%) 교토(24.0%), 가나가와(17.8%) 등으로 고르게 분산된다.

김현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홋카이도는 삿포로를 거점으로 이와테, 아키타, 아오모리 등을 연결하는 관광상품을 개발했고 시즈오카는 인천공항을 허브로 삼아 직항노선이 없는 중국 몽골 일대 부유층을 유치하는 프리미엄 상품을 개발했다”며 “이처럼 유명한 지역을 중심으로 지방자치단체들이 공동 마케팅을 하고 인프라를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선희·김현진·강유현 기자 teller@donga.com
#한국#관광객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