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학교가 알록달록… 학생들이 싱글벙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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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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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3개 색채디자인 시범학교 ‘효과 만점’

서울 양천구 금옥중 3층의 ‘착시갤러리’. 막힌 벽이 아니라 출구가 있는 듯한 착시현상을 느끼도록 만들어졌다(위쪽). 서울 노원구 녹천초등학교 4층 ‘가을구간’은 가을에 볼 수 있는 별자리로 벽을 예쁘게 칠했다. 학교 내부 공간에 디자인을 적용해 창의적으로 꾸몄더니 폭력행동이 줄어드는 등 아이들의 변화가 뒤따랐다. 서울시 제공
서울 양천구 금옥중 3층의 ‘착시갤러리’. 막힌 벽이 아니라 출구가 있는 듯한 착시현상을 느끼도록 만들어졌다(위쪽). 서울 노원구 녹천초등학교 4층 ‘가을구간’은 가을에 볼 수 있는 별자리로 벽을 예쁘게 칠했다. 학교 내부 공간에 디자인을 적용해 창의적으로 꾸몄더니 폭력행동이 줄어드는 등 아이들의 변화가 뒤따랐다. 서울시 제공
‘아이들이 달라졌어요.’

크고 작은 학교폭력이 끊이지 않았던 학교. 시설물을 함부로 부수거나 복도 벽에 발길질하는 일도 예사로 벌어졌다. 심지어 어떤 반에서는 선생님이 들어오지 못하게 교실 문을 잠그는 일도 있었다. 과거 서울 노원구 월계동 녹천초등학교는 우중충한 건물만큼이나 우울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2년 만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 최근 온라인으로 학교폭력실태를 조사한 결과 한 건도 발견되지 않은 것. 아이들의 다툼과 소란도 줄고 수업 분위기도 한층 좋아졌다. 거칠던 말투도 한결 부드러워졌다. 무엇이 아이들을 이렇게 바꿔놓았을까.

녹천초 교사들은 그동안 학교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밥상머리 교육, 텃밭 가꾸기 등 다양한 시도를 했다. 그중에서 가장 효과가 있었던 것은 ‘컬러 세러피(색채치료)’. 1995년 개교 이래 한 번도 손보지 않았던 우중충한 교실과 복도를 다양한 색깔과 그래픽을 활용해 개성 있는 공간으로 꾸민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올해 2월까지 녹천초, 금옥중, 양재초 등 3개 학교를 대상으로 색채디자인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학생식당은 신선한 느낌을 주고 입맛을 돋워주는 오렌지색으로 채색됐다. 학교 내부는 봄(연두색), 여름(녹색), 가을(갈색), 겨울(청회색)을 나타내는 색으로 공간을 구분했다. 아이들이 자주 오가는 복도와 계단에는 무지개, 별자리, 낙엽 등 화사한 그래픽이 입혀졌다. 특히 염소자리, 물병자리, 양자리 등 밤하늘을 수놓는 별자리가 그려진 4층 복도는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교과 특성에 맞는 색채디자인도 적용했다. 음악실 미술실 등 정서적이고 감각적인 예체능 교실에는 붉은색을, 영어 교실은 국제적이고 새로운 느낌을 주는 노란색, 도서관은 차분하고 지적인 녹색, 창의력이 필요한 컴퓨터 등 자연과학 계열은 파란색 계열로 색을 바꿨다.

녹천초의 사례는 다른 학교로 이어졌다. 양천구 신정동 금옥중은 중학교 교육과정에 나오는 착시현상을 테마로 공간과 공간의 조화, 면 분할과 색 대비를 학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서초구 양재동 양재초는 산과 공원으로 둘러싸인 지리적 여건을 살려 ‘작은 숲’이라는 테마로 새와 나무 등을 학교 곳곳에 그려 넣었다.

공간이 변하자 학교 분위기가 달라졌다. 녹천초에서 학교 개선작업 이후 설문조사를 했더니 학생들은 ‘편안한 느낌이다’(40%), ‘활력이 넘치고 생기 있어 보인다’(33%), ‘학교에 자꾸 오고 싶어지고 아끼게 된다’(24%)는 반응을 보였다. 교사의 50%는 아이들이 예전보다 수업에 더 집중하고 차분해지는 등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다고 답했다.

녹천초 고승순 교감은 “예전에는 소외된 가정의 아이들이 거친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는데 학교 분위기가 확 바뀌고 나니 폭력이 크게 줄어든 것 같다”며 “편안함을 주는 색깔로 바뀌니 아이들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얻고 차분해졌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앞으로도 컬러 세러피를 이용해 학교 환경디자인을 적극적으로 개선해 갈 계획이다. 한문철 문화관광디자인본부장은 “‘깨진 유리창 이론(낙서 유리창 파손 등 작은 범죄를 방치하면 큰 범죄로 이어진다는 범죄 심리학 이론)’처럼 환경이 개선됨에 따라 아이들의 행동도 변하는 것이 나타났다”며 “내년에는 지원학교를 5곳으로 늘리고 학교 공간계획을 세울 때 마감재, 가구 등의 색채도 통합적으로 디자인할 수 있도록 학교환경에 대한 디자인 가이드라인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학교#도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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