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나의 NIE]신문을 보면 요리에 이야기를 담는 안목이 길러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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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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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학 한국조리사관학교 식공간연출학부 교수


어릴 적 우리 집엔 신문이 넘쳤다. 하루에도 서너 개의 신문이 아침 일찍 현관문 앞에 놓였다. 아버지 덕분에 쌓이는 신문을 모아 용돈을 벌기도 했다. 어릴 적 신문은 그저 용돈벌이나 폐지의 의미밖에 없었다. 빡빡한 글이 넘쳐 나는 잿빛의 신문은 말 그대로 어두운 세상을 보여주는 이미지였다.

그때는 신문에 대한 아버지의 애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집착으로까지 여겼다. 매일 똑같은 사건과 사고를 다루는데 왜 몇 가지의 신문을 읽으시는지 늘 궁금했다. 이런 의문은 나이가 들고 조금씩 머리가 굵어지면서 자연스럽게 풀려 나갔다. 쉽사리 풀리지 않을 듯한 수수께끼가 풀리는 기나긴 경험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나는 식공간을 연출하고 방송과 책을 통해 요리의 즐거움을 알리는 일을 한다. 여기에 신문은 오랜 조언자이자 동반자가 됐다. 아이디어와 세상의 흐름을 읽는 데 신문만 한 게 없다. 세상이 돌아가는 모습을 읽고 사람들의 욕구를 파악할 수 있다.

요리는 손맛이나 적당한 느낌을 통해 이뤄진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요리를 하는 데 있어서 단순히 감각과 기술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만드는 사람의 생각과 생활이 반영된다. 요리를 먹을 사람에 대한 정보까지 수많은 이야기가 들어가거나 빠진다. 맛과 빛과 향을 가진 모든 음식은 이런 다양한 이야기와 재료가 어우러져 탄생한다. 요리를 종합예술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요리사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뭘까. 사람과 시대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일이다. 이 실마리가 다양한 시각과 글이 공존하는 신문 속에 있다.

이젠 매일 보물을 줍는 기분으로 신문을 읽는다. 어린 시절 보아 왔던 아버지처럼 일상이 되어 버렸다. 사실 한때는 문자에 중독된 건 아닌지 고민한 적이 없지 않다. 오랜 벗이 되어 버린 마당에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랴.

요즘에는 별도 섹션을 통해 요리와 건강, 음식의 영역을 폭넓게 다루니 볼거리가 더 풍성해졌다. 요리와 건강에 대한 관심사가 더 커졌기 때문이리라. 섹션은 가볍고 보관하기가 좋다. 꼭 챙겨 뒀다가 한 번씩 더 보는 버릇이 생겼다. 제철 식재료를 파악하고 어떤 식품이 인기가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문화면과 패션 관련 기사도 유심히 본다. 푸드 스타일링은 요리만이 아니라 전체적인 공간을 디자인하는 일이라서 큰 도움이 된다.

글 읽기를 낯설어 하는 제자들을 볼 때마다 요리만 할 줄 아는 요리사나 푸드스타일리스트보다는 사람의 이야기를 요리로 만들고 풀어 주는 역할이 필요하지 않으냐고 조언한다. 이 질문은 스스로에게 항상 던지는 자기 고찰이기도 하다. 기사 속에 담긴 글의 명확성과 정확성, 그 안의 짜임새는 물론이고 전체적인 내용과 텍스트 속에서 느껴지는 인생의 희로애락이 한편의 드라마처럼, 또 어떤 때는 냉철한 창처럼 내 가슴을 후벼 판다. 요리도 마찬가지리라. 사람의 마음을 읽고 전하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큰 힘을 갖는 게 아닌가 싶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신문을 펼쳐라. 그리고 잉크냄새를 맡아 보라. 수많은 기자가 써 내려간 노력과 많은 사람의 땀방울이 느껴질 것이다. 우리의 삶이 신문에 담겨 있음을 깨닫기 바란다. 오늘은 또 어떤 요리에 어떤 이야기를 풀어 낼 수 있을까. 내일은 제자들과 신문 하나 들고 낙엽 떨어지는 벤치에 앉아 세상 이야기 좀 해야겠다.

김현학 한국조리사관학교 식공간연출학부 교수
#나의 NIE#김현학#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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