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어두운 골목길… 칙칙한 학교 뒤뜰… 무지개옷 입고 안전기지개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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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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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 가양동 공진중학교에서는 방치됐던 학내 공간을 밝은 색깔로 페인칠해 정리하고 벽에 암벽 등반시설을 설치했다.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한편 운동하며 스트레스도 해소하는 장점이 있다. 자료: 서울시
강서구 가양동 공진중학교에서는 방치됐던 학내 공간을 밝은 색깔로 페인칠해 정리하고 벽에 암벽 등반시설을 설치했다.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한편 운동하며 스트레스도 해소하는 장점이 있다. 자료: 서울시
어두운 골목길 대문과 벽에 노란색, 파란색 등 다양한 색깔을 입히고, 어두워서 밤에 다니기 무서웠던 골목 구석에는 가로등과 운동기구를 설치했다. 칙칙하던 학교 건물 뒤편에는 깔끔한 페인트칠과 함께 운동기구를 설치했고, 학교 뒷벽은 형형색색의 암벽등반 시설로 꾸몄다.

디자인이 과연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는 강력 범죄를 줄일 수 있을까. 서울시가 17일 발표한 ‘범죄예방디자인(CPTED·셉테드)’은 그런 면에서 눈길을 끈다. 범죄예방디자인은 디자인을 통해 범죄 심리를 위축시켜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을 말한다. 적용 방식은 다르지만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시가 대표적인 예다.

크라이스트처치 시는 공원에서의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공원에 심어진 모든 나무에 대해 지면에서 약 2m 높이까지 가지치기를 했다. 나무 뒤에 숨어서 저지르는 범죄를 예방할 뿐만 아니라 사방이 훤히 보여 범죄 예방에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에서는 은평구 은평뉴타운이 아파트 놀이터를 단지 중앙에 개방형으로 조성해 주민들이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도록 했다.

시가 범죄예방디자인 지역으로 시범 선정한 곳은 마포구 염리동 일대와 강서구 가양동 공진중학교.

17일 오전 방문한 염리동은 가파른 계단이 이어지는 고지대에 골목이 좁고 복잡한 특성을 갖고 있다. 경찰청이 지정한 161개 서민보호치안강화구역 중에서도 대책이 시급하다고 판단된 곳이다.

마포구 염리동에서는 산책로인 ‘소금길’을 조성하고 곳곳에 노란색 대문을 한 ‘소금길지킴이집’을 지정해 범죄에 대비하고 있다. 왕래가 적은 골목길에는 운동기구와 벽화 등을 그려 사람들이 자주 다니도록 유도했다. 자료: 서울시
마포구 염리동에서는 산책로인 ‘소금길’을 조성하고 곳곳에 노란색 대문을 한 ‘소금길지킴이집’을 지정해 범죄에 대비하고 있다. 왕래가 적은 골목길에는 운동기구와 벽화 등을 그려 사람들이 자주 다니도록 유도했다. 자료: 서울시
시는 이 일대 골목 중 주민들이 가장 무섭다고 말한 지점을 잇는 약 1.7km의 골목을 일명 ‘소금길’로 지정하고 곳곳에 운동 공간을 조성했다. 소금길은 과거 이 동네에 소금장수가 많이 살았던 데서 따 왔다. 시는 주민들이 늦은 시간에도 산책할 수 있도록 가로등 60여 개를 설치하고 곳곳에 안전벨과 안전 대처 요령을 담은 안내판 등도 부착했다. 또 신고자가 장소를 정확하게 말할 수 있도록 가로등에는 번호를 매겼다. 유사시 주민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체제도 갖췄다. ‘소금길 지킴이집’ 6가구를 지정해 대문을 노란색으로 칠하고 비상벨과 조명을 설치한 것. 비상벨이 울리면 경찰에서 범죄 예방 교육을 받은 집주인이 나와 상황에 맞는 대처를 해 준다. 주민들로 구성된 자율방범대도 결성했다.

공진중학교 인근은 영구임대아파트 4409가구가 사는 지역. 학교 주변 사각지대에 설치된 모든 동영상 카메라는 실시간으로 거리 상황을 학교 로비와 교무실 등으로 전송한다. 학교 주변에는 학생들이 운동할 수 있도록 샌드백과 암벽등반 시설 등을 설치했다. 학교 안이라고 해도 인적이 드문 장소는 학교폭력이나 범죄가 발생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또 디자이너들의 재능기부로 칠이 벗겨진 벽과 담장을 예술적으로 바꾸고 벽화도 그려 넣었다. 시는 내년 상반기 시범지역의 범죄 예방 효과를 측정한 뒤 효과가 있으면 추가로 대상 지역을 넓힐 계획이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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