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장 배식구를 통해 탈주해 행방이 묘연한 최갑복(50)은 22년 전에도 경찰 호송버스 쇠창살 사이로 탈출한 전력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21일 대구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최갑복은 1990년 7월 말 대구 달서구 송현동 모 호텔 앞 도로에서 25인승 경찰 호송버스에 태워져 대구교도소로 이동하던 중 포승줄을 풀고 달아났다. 버스 맨 뒤쪽에 타고 있던 최는 창문에 가로로 설치된 쇠창살 13개 중 1개가 빠져 있는 것을 보고 버스가 서행하는 틈을 타 그 옆 창살을 뜯어내 세로 20cm의 간격을 만들어 그 사이로 도주했다. 버스에는 경찰관 3명이 타고 있었지만 그를 막지 못했다.
최는 당시 공범 3명과 함께 같은 달 16일 대구 남구 대명동의 한 금은방에 침입해 귀금속 1300여만 원어치를 훔치는 등 13차례에 걸쳐 모두 1억여 원의 금품을 턴 혐의를 받고 있었다. 최는 호송버스 탈주 이틀 후 내연녀를 만나기 위해 대구 중구 달성동의 모 여관 주차장에 나타났다가 잠복 경찰관들에게 검거됐다.
동부경찰서는 전과 25범인 최에게 그 같은 ‘특수도주’ 전력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당시 근무자 2명에게는 그런 사실이 전달되지 않았다. 경찰 감찰 결과 근무자들은 책상과 면회실에서 각각 잠을 잤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 경력은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반드시 유치장 근무자에게 전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해명했다.
최는 이번 탈출에 앞서 A4용지 크기의 구속 적부심 청구서에 “누구나 자유를 구할 본능이 있다”는 글을 써 남겨 놓았다. 마지막에는 ‘괴로움과 어려움을 구원해 달라’는 의미인 ‘구고구난 나무관세음보살(救苦救難 南無觀世音菩薩)’을 썼다.
최가 탈주한 지 5일째인 21일 경찰은 그가 마지막으로 사라진 경북 청도군 청도읍 화악산 일대에 인력 700여 명을 투입해 대대적인 수색을 벌이고 있다. 대구 경북을 벗어났을 가능성도 높지만 다른 지역에선 확인되지 않아 포위망을 풀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이다. 경남 밀양과 충남 공주에서도 그를 봤다는 신고가 접수돼 행방을 쫓기도 했지만 성과는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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