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갑복 22년전에도 20cm 창살사이로… ‘도주 전력’ 당직자들에 안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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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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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전 탈주했다가 검거된 당시 최갑복의 모습(위)과 공개 수배된 최근 모습(작은 사진). 연합뉴스
22년 전 탈주했다가 검거된 당시 최갑복의 모습(위)과 공개 수배된 최근 모습(작은 사진). 연합뉴스
유치장 배식구를 통해 탈주해 행방이 묘연한 최갑복(50)은 22년 전에도 경찰 호송버스 쇠창살 사이로 탈출한 전력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21일 대구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최갑복은 1990년 7월 말 대구 달서구 송현동 모 호텔 앞 도로에서 25인승 경찰 호송버스에 태워져 대구교도소로 이동하던 중 포승줄을 풀고 달아났다. 버스 맨 뒤쪽에 타고 있던 최는 창문에 가로로 설치된 쇠창살 13개 중 1개가 빠져 있는 것을 보고 버스가 서행하는 틈을 타 그 옆 창살을 뜯어내 세로 20cm의 간격을 만들어 그 사이로 도주했다. 버스에는 경찰관 3명이 타고 있었지만 그를 막지 못했다.

최는 당시 공범 3명과 함께 같은 달 16일 대구 남구 대명동의 한 금은방에 침입해 귀금속 1300여만 원어치를 훔치는 등 13차례에 걸쳐 모두 1억여 원의 금품을 턴 혐의를 받고 있었다. 최는 호송버스 탈주 이틀 후 내연녀를 만나기 위해 대구 중구 달성동의 모 여관 주차장에 나타났다가 잠복 경찰관들에게 검거됐다.

동부경찰서는 전과 25범인 최에게 그 같은 ‘특수도주’ 전력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당시 근무자 2명에게는 그런 사실이 전달되지 않았다. 경찰 감찰 결과 근무자들은 책상과 면회실에서 각각 잠을 잤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 경력은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반드시 유치장 근무자에게 전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해명했다.

최는 이번 탈출에 앞서 A4용지 크기의 구속 적부심 청구서에 “누구나 자유를 구할 본능이 있다”는 글을 써 남겨 놓았다. 마지막에는 ‘괴로움과 어려움을 구원해 달라’는 의미인 ‘구고구난 나무관세음보살(救苦救難 南無觀世音菩薩)’을 썼다.

최가 탈주한 지 5일째인 21일 경찰은 그가 마지막으로 사라진 경북 청도군 청도읍 화악산 일대에 인력 700여 명을 투입해 대대적인 수색을 벌이고 있다. 대구 경북을 벗어났을 가능성도 높지만 다른 지역에선 확인되지 않아 포위망을 풀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이다. 경남 밀양과 충남 공주에서도 그를 봤다는 신고가 접수돼 행방을 쫓기도 했지만 성과는 없는 상태다.

최갑복이 17일 오전 대구 동부경찰서 유치장을 탈출하기 전 남긴 쪽지에 “미안합니다” “누명은 벗어야 하기에 선택한 길입니다”라고 적혀 있다. 한자로 적힌 ‘救苦救難南無觀世音菩薩(구고구난 나무관세음보살)’은 ‘괴로움과 어려움을 구원해 달라’는 뜻이다. 쪽지로 사용된 A4용지 크기의 구속 적부심 청구서와 볼펜은 경찰이 전날 그에게 준 것이다. 대구지방경찰청 제공
최갑복이 17일 오전 대구 동부경찰서 유치장을 탈출하기 전 남긴 쪽지에 “미안합니다” “누명은 벗어야 하기에 선택한 길입니다”라고 적혀 있다. 한자로 적힌 ‘救苦救難南無觀世音菩薩(구고구난 나무관세음보살)’은 ‘괴로움과 어려움을 구원해 달라’는 뜻이다. 쪽지로 사용된 A4용지 크기의 구속 적부심 청구서와 볼펜은 경찰이 전날 그에게 준 것이다. 대구지방경찰청 제공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유치장 탈주#최갑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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