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지원금은 눈먼 돈” 4년간 433억 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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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개발비로 빚 갚고 국책연구기관도 5억 유용… 작년 한해 46건 34억 환수

태양광 기술을 개발하라고 나랏돈을 줬더니 은행 빚 돌려 막고, 부품소재 개발 명목의 지원금으로 직원 급여를 주고, 지원금 전액을 인출해 도주·잠적하고….

혈세로 나가는 정부의 연구개발(R&D) 투자비가 수혜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로 줄줄 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R&D 투자비 관리 문제는 과거 국정감사 때 몇 차례 지적이 됐지만 올해도 여전한 상황이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이 4일 지식경제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지경부 R&D 사업 연구비를 유용·편취·횡령한 사건이 46건 발생해 모두 110억 원 환수를 결정했지만 실제 환수된 금액은 34억 원에 그쳤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유용·편취·횡령한 돈은 433억 원에 이른다.

기업들의 정부 투자비 유용 실태를 보면 나랏돈을 ‘눈먼돈’으로 여기며 쓴 실태가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해 태양광 분야의 기술개발 과제로 3차연도 연구비 14억 원을 받은 태양광 부품 생산M업체는 받은 돈을 다른 업체 계좌로 그대로 이체했다가 다시 이 회사의 다른 통장으로 되받는 작업을 거쳤다. 그 뒤 외상매출 담보채권 은행인 외환은행의 채무 대금 지급에 사업비를 사용한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2003∼2009년 D업체는 지원받은 정부출연금 중 일부를 기술료로 납부해야 하는데 이 기술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연구비를 부풀려 신청(2010년에 30억 원 환수 결정)했고, 받아낸 연구비 중 15억 원조차 회사 내부의 다른 개발사업 재료비로 사용했다. 이 사건으로 이 회사 관계자들이 2010년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D업체는 2011년에도 사업비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다 13억 원의 환수 결정을 받았다.

국책연구기관인 H업체도 연구비 목적과 관련이 없는 용역과제를 발주했고, 기존 연구 성과를 인용출처조차 밝히지 않고 새로 연구를 한 것처럼 해 5억 원을 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의 R&D 사업 지원은 교육과학기술부, 지경부 등을 중심으로 집행되고 있으며 2012년 예산만 16조 원에 이른다. 정 의원은 “정부는 R&D 연구비 지원금을 받은 기업에 대해 더 철저히 관리 감독해야 한다”면서 “산업기술혁신촉진법에서 출연금을 R&D 용도와 다르게 사용한 경우 출연금 환수와는 별도로 사용 금액의 5배 범위에서 제재금을 징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지난해 11월부터 시행)를 철저히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태양광#지식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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