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美특허전쟁 쇼크]삼성 “혁신 가로막아… 소비자 선택권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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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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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도둑질은 옳지 않다는 명확한 메시지”

삼성전자는 미국 법원 배심원의 평결에 대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처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삼성전자는 25일 공식 자료를 내고 “이번 평결로 정보기술(IT) 업계의 혁신이 가로막히게 될 것”이라며 “소비자와 시장에 불이익을 끼쳐 업계 발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모호한 특허 적용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했다. 배심원들이 애플의 디자인을 침해했다고 본 ‘둥근 모서리의 사각 디자인’은 특정 제품에서만 쓸 수 있는 독창적인 방식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영국이나 독일, 네덜란드, 한국에서는 애플이 주장해 온 ‘둥근 모서리’나 ‘평평한 화면’을 제품의 일반적인 속성으로 보고 특정 기업이 독점할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신종균 삼성전자 정보기술모바일(IM) 담당 사장 등은 휴일인 26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본사 사옥에 출근해 대책을 논의했다. 삼성전자는 이와 별개로 29일로 예정된 ‘갤럭시노트2’ 출시 행사를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갤럭시노트는 애플이 자사의 특허를 침해한 제품이라고 주장한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다.

반면 애플은 “배심원에게 갈채를 보낸다”며 평결 결과를 환영했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24일(현지 시간) 평결이 나오자 사내 메모를 통해 “오늘은 애플이 승리한 중요한 날”이라며 “배심원단이 삼성의 행동이 고의적이었다는 점을 밝히고 ‘도둑질은 옳지 않다’는 강하고 명확한 메시지를 보낸 데 대해 갈채를 보낸다”고 밝혔다. 또 “삼성전자에 디자인 모방을 중단하라고 몇 번이나 요청했다”며 “어쩔 수 없이 법적 행동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LG전자와 팬택 등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사용하는 기업들도 비상이 걸렸다. LG전자는 “이번 평결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고 밝혔지만 결과가 자사에 미칠 영향을 파악하느라 분주하게 주말을 보냈다. LG전자는 애플이 전선(戰線)을 다른 안드로이드 진영으로 확대한다면 미국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는 노력에 장애가 될 수 있다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LG전자는 다음 달 전략 스마트폰인 ‘G폰’(프로젝트 명)과 ‘옵티머스 뷰2’를 출시할 예정이며, 팬택도 5인치 크기의 LTE 스마트폰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번 평결에 대해 한미 양국에서는 다양한 분석이 나왔다. 국내에서는 평결이 최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많았다. 미국 상무부가 지난달 월풀의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산 세탁기에 최고 82%의 관세를 부과한 것과 유사한 맥락이라는 것이다.

반면 미국에서는 빠르고 결단력 있는 결정이라는 목소리가 주류였다. 워싱턴포스트는 “심리 후 3일 만에 이뤄진 빠르고 결단력 있는 결정”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일부 외신들은 “이번 소송이 애플의 홈그라운드에서 진행됐다는 점이 평결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배심원제의 한계를 잘 보여주는 평결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번 평결에는 자전거 판매상, 건설사 직원, 사회복지사 등도 배심원으로 참여했다. 비전문가인 이들이 특허소송처럼 복잡하고 까다로운 700여 개의 쟁점을 22시간 만에 결론지었다는 점에서 전문성보다는 감성적으로 접근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삼성#애플#소비자 선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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