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근대 대구로의 여행길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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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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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근대사의 속살을 잘 보여주는 공간이 될 것입니다.”

이정호 경북대 교수(58·건축학과)는 23일 대구 읍성거리 조성사업의 의미에 대해 “그저 스쳐가는 거리가 아니라 옛 이야기와 전통이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도심 거리를 역사문화 공간으로 꾸미는 사업이 활발하다. 밋밋하던 거리에 풍성한 이야기를 담고, 방치됐던 근대 건축물도 복원한다. 올해 6월 정부가 ‘한국관광의 별’로 선정한 근대골목투어의 기반이 훨씬 넓어져 관광 경쟁력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핵심은 대구 읍성이 있었던 동성로와 서성로 남성로 북성로 등 4개의 성로(城路)를 정비하는 것. 동성로와 남성로는 공공디자인 개선과 약령시 한방특구 조성 사업으로 기본 모양을 갖췄고 북성로와 서성로는 이달부터 거리 특징을 분석한 자료를 바탕으로 설계 작업에 들어간다. 거리가 정비되면 2014년까지 70억 원을 들여 성곽 이미지를 풍기는 인도와 차도를 만들고 읍성을 상징하는 망경루를 복원할 계획이다.

12월에 기본계획이 나올 북성로와 서성로 경관 개선은 거리에 깃든 대구 역사를 만나는 공간으로 꾸밀 계획이다. 보행전용 공간을 충분히 마련해 걸으면서 근대역사를 느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동성로와 연결하기 위해 장대석(축대를 쌓을 때 쓰는 돌)으로 거리를 조성한다.

근대건축물이 많이 남아있는 북성로 입구는 복원 사업으로 현대와 어울리는 풍경을 만든다. 조선시대 마지막 임금 순종이 걸었던 어가길(태평로3가∼북성로)은 얇고 넓적한 검은색 돌을 깔아 고풍스러우면서도 당시 암울했던 역사를 엿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읍성거리 주변에 사는 주민들의 삶을 이야기로 담는 생애사(生涯史) 사업도 순조롭다. 올해 3월 시작한 이 사업은 현재 70, 80대 10여 명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자료를 모으고 있다.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북성로와 서성로 일대 1000여 개 공구상 업주들의 공감이 필요하다. 중구가 최근 주민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절반 이상은 보행거리 조성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도로 폭이 좁아져 차량 통행이 불편해지기 때문. 밤에는 불빛이 사라지고 유동인구가 적어지는 것도 문제다.

박동신 대구 중구청 전략경영실장은 “주민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서로 마찰이나 문제점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대구 읍성(邑城) ::

대 구 중구 포정동 경상감영을 중심으로 1590년(선조 23년)에 만든 토성(土城). 이후 토성이 무너져 1736년(영조 12년) 길이 2650m, 높이 3.8m, 폭 8.7m의 석성(石城)으로 다시 축조됐다. 1906년 일제강점기에 일본인 상권을 확보해 줄 목적으로 강제 철거되면서 읍성 자리는 현재 도로 이름만 남아 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대구 근대사#읍성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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