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역 구내에서 사소한 시비 끝에 30대 남자가 승객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러 승객 8명이 다치고 수십 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18일 오후 6시 35분경 문이 열린 채 출발 대기 중이던 경기 의정부시 지하철 1호선 의정부역 서울 방면 전동차에서 유모 씨(39·일용직 근로자)가 바닥에 침을 뱉었다. 이때 바로 옆에 있던 박모 군(18·대학 1학년)의 손등에 침이 튀자 박 군이 항의하면서 시비가 붙었다.
유 씨는 전동차에서 내려 승강장으로 가다 박 군이 항의하며 뒤따라오자 주머니에 가지고 있던 공업용 커터 칼(전체 길이 23cm, 칼날 길이 10cm)을 꺼내 박 군의 왼쪽 어깨를 찔렀다. 이어 박 군의 일행 박모 씨(24·여)의 어깨와 손목도 칼로 찌르고 달아났다. 유 씨는 이 광경을 지켜보고 막아서는 승객들에게도 마구 흉기를 휘둘러 4명에게 상해를 가한 뒤 전동차에 다시 올라타 승객 2명을 더 찔렀다.
유 씨는 전동차에서 나와 계단을 통해 의정부역 동부광장으로 120여 m를 달아났고 뒤쫓아 나온 공익근무요원과 시민 등 3명과 대치했다. 유 씨는 시민이 휘두른 우산에 커터 칼이 바닥에 떨어지자 다시 주머니에서 똑같은 공업용 커터 칼을 꺼내 휘두르기도 했다. 공익요원 임상록 씨(27)는 유 씨가 흉기를 휘두르는 상황에서도 화단의 돌을 던지며 대응했고 112상황실과 통화해 경찰의 검거를 도왔다.
유 씨의 난동이 10분간 이어지는 사이 지하철역 승강장은 부상자들이 흘린 피로 얼룩졌고 승객 수십 명이 역사 밖으로 대피하며 의정부역은 아수라장이 됐다. 부상자 8명은 손과 팔 어깨 얼굴 등에 크지 않은 상처를 입고 인근 병원에서 치료받은 뒤 모두 귀가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일정한 직업 없이 이곳저곳을 다니며 노동일을 하는 유 씨는 이날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소재 직업소개소에 일자리를 알아보기 위해 전동차를 탔다가 사고를 저질렀다. 유 씨는 노모가 있는 경기 연천군에 주소지를 두고 있지만 함께 살고 있지 않았고 결혼도 하지 않은 독신이었다. 유 씨는 경찰에서 “어린 친구가 자꾸 따지고 경찰에 신고한다고 해 화가 치밀어 올라 우발적으로 찔렀고 이후 걸어가는데 다른 사람들이 나를 제지하는 것 같아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연이어 칼을 휘둘렀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유 씨가 전과가 없지만 커터 칼을 2개나 휴대하고 다닌 점, 특히 이날 의정부 시내 편의점에서 커터 칼 1개를 추가 구입한 점을 석연치 않다고 보고 집중 추궁하고 있다. 유 씨는 “노동일을 하는 데 필요해 가지고 다닐 뿐 별다른 의도는 없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유 씨에 대해 살인미수 및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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