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소통의 정의 곱씹으면 불통의 답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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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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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마스 인터뷰 기사 활용한 논술강좌

논리적 글쓰기 사례의 보고

논술은 어떤 주제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펼치는 글이다. 따라서 논술은 주제에 관한 지식과 정보를 모으는 과정, 이를 논리적으로 재구성해서 자신의 관점으로 제시하는 과정으로 나뉜다. 논술시험은 정해진 규칙 속에서 자신이 아는 내용이나 제시문 속의 지식과 정보를 갖고 치러야 한다. 평소 다양한 주제에 관한 지식과 정보를 접하려는 노력이 중요한 이유다.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펼치는 과정을 잘 해내려면 일상 속에서 생기는 일이나 사회적 국제적 현상을 그냥 넘기면 안 된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서 바람직한 해결책을 모색해 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이런 과정에서 신문은 아주 좋은 도구다.

신문은 최근의 소식을 전해주는 매체이다. 또 논리적인 글쓰기의 사례를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매체이다. 특히 사설이나 전문가의 칼럼은 특정한 주제에 대해 지식과 정보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 펼쳐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다음 논술 문항(아래 표 참조)은 신문에 나오는 지식과 정보를 활용해 만들었다. 먼저 문제를 정확하게 읽어야 한다. 그리고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한 후에 제시문을 꼼꼼히 읽고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논술문을 작성해야 한다.

좋은 논술의 조건은…

이 문항에서는 소통이라는 개념이 핵심이다. 학급, 가정, 회사와 같은 공동체에서 겪는 소통의 어려움을 바람직한 소통을 위한 원칙과의 관련성 속에서 찾아서 제시할 수 있는가가 첫 번째 평가 기준이 된다. 두 번째 평가 기준은 이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현실적이면서도 적절한 방안을 찾아 제시할 수 있느냐이다. 결국 이 문항은 두 개의 답을 요구하는 셈이다.

제시문 (가)의 학급회의 상황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회의의 모습을 보여준다. 회의 진행의 기본 원칙을 지키지 않고 자신의 주장만을 펼치는 바람에 회의 자체가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다. 원인을 여러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제시문 (다)의 소통 원칙과의 관련성 속에서 찾아보라는 조건을 출제자가 제시했음에 유의해야 한다. 논술에는 특별한 조건 없이 자유롭게 답을 쓰게 하는 응답 자유형, 조건에 맞게 쓰기를 요구하는 응답 제한형이 있다. 위 문항은 후자에 속한다.

제시문 (가)의 상황이 빚어지는 원인 중에서 제시문 (다)의 소통 원칙과 가장 가까운 내용은 누구나 평등하게 논의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제시문 (나)의 상황이 빚어지는 원인은 제시문 (다)의 소통 원칙 세 가지와 연결된다. 이런 관련성을 염두에 두면서 원인을 찾아 제시하고 해결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면 된다.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해결방안이 좀 더 나은 소통을 위해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어야 한다. 또 도움이 된다는 점을 논리적으로 경험적으로 제시해서 설득력을 높여야 한다.

참고자료: 하버마스의 소통이론


하버마스는 세계적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이다. 독일에서 태어나 철학과 사회학을 공부하여 교수가 됐다. 한국을 방문했을 때는 불교와 유교라는 소중한 유산을 바탕으로 보다 나은 미래를 설계해 보라고 충고했다.

그는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우리 시대의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긴다고 본다. 왜 소통이 어려울까.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그는 우리가 가진 이성(理性)의 힘이 점점 약화되고 있음을 발견했다.

인간을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핵심 요건이 이성과 언어이다. 우리는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를 이성에 근거해서 고민하다가 언어를 통해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면서 답을 함께 찾는다. 현대 산업사회에 접어들면서 이성과 언어의 본래 기능은 상실되고 단순히 자신의 이익을 계산하고 지키는 수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결국 바람직한 삶에 대한 고민은 점차 엷어지고 다른 사람과의 소통도 점점 더 힘들게 됐다. 이렇게 왜곡된 이성을 그는 도구적 이성이라고 부른다.

박병기 한국교원대 교수·NIE연구팀장
박병기 한국교원대 교수·NIE연구팀장
어떻게 해야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까? 하버마스는 우선 제시문 (다)에 나오는 소통 원칙을 제안한다. 누구나 자유롭고 평등하게 의사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기본 전제 위에서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원칙을 강조한다. 그렇게 해야만 서로 공감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고, 좀 더 아름다운 사회가 될 수 있다. 바람직한 소통은 이성의 본래 모습, 즉 바람직한 삶을 열망하는 윤리적 이성을 회복해가는 과정인 셈이다.

박병기 한국교원대 교수·NIE연구팀장
#신문과 놀자#논술#하버마스#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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