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물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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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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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지방 시간당 50mm 폭우… 일부지역 가옥 침수

흙탕물에 쓸려간 한강 녹조… 또 침수된 강남역 일대… 서울 경기지역에 시간당 50mm 안팎의 집중호우가 쏟아진 15일 오후 영등포구 여의도동 63빌딩에서 바라본 한강에는 흙탕물이 흐르고 있다(왼쪽). 지난해 폭우 침수 피해가 컸던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 도로는 다시 물에 잠겼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트위터 캡처
흙탕물에 쓸려간 한강 녹조… 또 침수된 강남역 일대… 서울 경기지역에 시간당 50mm 안팎의 집중호우가 쏟아진 15일 오후 영등포구 여의도동 63빌딩에서 바라본 한강에는 흙탕물이 흐르고 있다(왼쪽). 지난해 폭우 침수 피해가 컸던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 도로는 다시 물에 잠겼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트위터 캡처
서울지역에만 136.5mm의 비가 내린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전원마을. 지난해 우면산 산사태 당시 지하 1층에 토사물이 들어와 3000만 원의 재산피해를 봤다는 홍옥자 씨(68·여)는 이날만 산사태가 발생했던 현장을 세 번 둘러봤다. 홍 씨는 “산사태 이후로는 빗소리만 들려도 꼭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산에 올라간다”며 “250mm의 비가 내린다는 예보를 들으니 도저히 집안에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이날 내린 장대비는 지난해의 악몽을 떠올리게 했다. 주민들은 삼삼오오 지난해 우면산이 무너져 내렸던 곳을 살피고 있었다. 이곳은 6월에 복구공사가 완전히 끝나 토석류가 쏟아졌던 사면은 바위와 수목으로 정비됐다. 계곡에도 물길을 새로 만든 상태였다. 하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불안한 표정이다. 15, 16일 이틀간 152mm를 기록한 강수에도 계곡물은 넘치지 않은 채 평상시처럼 흘렀다. 계곡을 바라보던 김모 씨는(47) “공사를 잘한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지난해 기억 때문에 불안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기자가 찾은 오후 4∼5시에 주민 14명이 산사태 현장을 다녀갔다.

지난해 우면산 산사태를 겪은 서울 서초구 방배동 전원마을 주민들이 15일 비 피해를 대비해 차수판과 모래주머니를 설치해 놓고 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지난해 우면산 산사태를 겪은 서울 서초구 방배동 전원마을 주민들이 15일 비 피해를 대비해 차수판과 모래주머니를 설치해 놓고 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같은 시간 전원마을에서는 차수판을 설치한 것으로 모자라 차수판 앞에 모래주머니를 쌓아두며 비 피해에 대비하는 집들이 여러 곳 있었다. 주민 서모 씨(45·여)는 “지난해 산사태 때 큰 피해를 봤기 때문에 비가 오면 꼭 차수판을 설치한다”고 말했다. 서초구는 14일 오후 5시부터 전원마을 215가구를 다니며 차수판 설치를 유도했다.

광복절인 15일 서울·경기권을 비롯한 중부지방에 쏟아진 시간당 50mm 안팎의 폭우로 곳곳에서 피해가 잇따랐다. 지하철 2호선 강남·선릉·사당역 일대 도로에 어른 허벅지 높이만큼 물이 찼다. 기상청은 이날 낮 12시 40분을 기해 서울 전역에 호우경보를 발령했다가 오후 늦게 해제했다. 경기 연천군 366mm, 강원 철원군 193.5mm 등 경기 북부지방과 강원 일부에도 많은 비가 내렸다. 연천군은 주택 31동이 침수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폭우로 전국의 주택 139동과 공장 및 상가 3곳, 농경지 1.1ha가 침수 피해를 봤고 37가구 91명이 긴급 대피했다고 밝혔다. 이날 낮 12시 30분에는 서울 지하철 1호선 금천구청역 수원 방면 선로가 폭우로 침수돼 열차 운행이 지연됐고 오후 1시 40분에는 중앙선 열차 하행선(팔당∼운길산 구간)이 폭우로 인한 토사 유입으로 운행이 중단됐다. 구로구 도림천과 송파구 오륜동 등지에서는 갑자기 불어난 물살에 고립된 시민들이 소방대원의 구조를 받기도 했다.

기상청은 폭우가 16일까지 계속된 뒤 소강상태를 보이다 주말에 다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고현국 기자 mck@donga.com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폭우#물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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