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새 ‘디자인 서울’… 버려진 자원에 色을 입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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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업사이클’ 프로젝트

사회적 기업 리블랭크가 수거해 온 폐현수막을 분리하기 위해 펼쳐 보이는 모습(위)과 헌 옷을 재활용해 옷을 디자인하는 모습. 서울시 제공
사회적 기업 리블랭크가 수거해 온 폐현수막을 분리하기 위해 펼쳐 보이는 모습(위)과 헌 옷을 재활용해 옷을 디자인하는 모습. 서울시 제공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이후 찬밥 신세였던 서울시의 디자인 사업이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사업으로 거듭난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도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디자인 서울’을 주창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접근이라 주목된다. 환경 인권 빈부격차 등의 문제에 디자인 개념을 도입하기로 한 것. 시는 첫 사업으로 환경보호를 위해 ‘업사이클(upcycle) 디자인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5일 밝혔다.

○ 쓰레기를 현금으로

다소 생소한 업사이클이라는 개념은 해외에서는 이미 하나의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을 정도로 급부상했다. 단순하게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는 게 아니라 폐기물에 디자인 개념을 접목해 인기를 끌고 있는 것. 폐화물용덮개나 폐안전벨트, 폐자전거바퀴고무 등 폐기물을 이용해 가방을 만드는 스위스 업체 ‘프라이타크’는 연 매출이 500억 원에 이를 정도다. 이 밖에도 영국 리폼 브랜드 ‘원어게인’이나 ‘엘비스&크레세’ 등은 세계적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우리나라 업사이클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폐가죽과 헌 옷, 폐현수막 등을 이용해 지갑, 인형, 가방을 만드는 ‘에코파티메아리’가 2006년 생겨난 데 이어 의류, 가방을 만드는 ‘리블랭크’ 등이 대표적 업사이클 기업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이들은 원료 대부분을 기부받아 조달하는 방식이라 소규모 사업에 그치고 있다.

이에 서울시가 폐자원을 수급하고 가공, 생산, 판매까지 책임지는 자원은행을 설치해 업사이클 디자인 살리기에 나서기로 했다. 시는 은평구 녹번동 질병관리본부(옛 국립보건원) 건물 한 층을 이용해 자원은행을 설립할 계획이다. 837m²(약 253평) 규모로 조성되는 자원은행은 폐원단, 폐가죽, 폐현수막, 부자재 등을 진열하고 판매하는 공간과 자원 가공장, 교육장 등으로 구성된다.

○ 자원순환형 경제 만드는 디자인

동대문 패션 시장에서 하루에 버려지는 폐원단만 20t에 이르고 있다. 시는 동대문 패션 시장 등에서 연간 5000t가량의 폐원단과 폐현수막 등 폐자원을 수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모은 폐자원은 자원은행을 통해 업사이클 기업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원재료 가공비가 많이 들어 높았던 생산원가를 기존보다 30% 가까이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활센터와 장애인센터의 인력을 활용해 폐원단을 세탁하고 분해하는 작업을 맡기면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시는 올해 9월 자원은행을 구축해 내년 2월까지 시범 운영한 뒤 내년 3월부터는 사회적 기업에 운영을 위탁할 계획이다. 올해는 4억8000만 원의 예산으로 자원은행을 운영하고 2015년까지 연 매출 3억7000만 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와 별도로 업사이클 디자인에 관한 교육을 실시해 사회적 인식을 확산하기로 했다. 초중고교생과 주부, 대학생 등을 대상으로 업사이클 디자인 체험 교실을 열고 업사이클 디자인 시민공모전도 열기로 했다. 시와 기업, 환경단체 등으로 업사이클 디자인 협의체를 구성해 자문을 하기로 했다. 업사이클 기업 지원도 서울형 녹색기술 육성사업과 연계해 추진한다. 폐기물을 이용한 신소재 개발에 과제별로 4억 원 이내로 지원하고 디자인 개발에도 최대 2000만 원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우수 디자인 제품은 온라인 쇼핑몰 ‘디자인 태그’(designtag.co.kr)에 입점시켜 판매를 지원한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디자인 서울#업사이클#자원순환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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