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와 함께하는 동아 다문화賞]청소년상 당태겟 군 “상금으로 한국국적 얻을수 있게돼… 태권도 맘껏 할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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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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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격려의 다문화상 시상식 현장

‘LG와 함께하는 동아 다문화상‘ 수상자들이 하트 모양을 그리고 있다. 이들은 “다른 문화를 이해하려는 넓은 마음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왼쪽부터 왓사나 코클링, 윤지현 씨, 당태겟 군, 이정순 의성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김관용 경북지사, 이소은, 정현아, 두바이링 씨, 양민정 한국외국어대 다문화교육원장, 김준식 아시안프렌즈 대표.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LG와 함께하는 동아 다문화상‘ 수상자들이 하트 모양을 그리고 있다. 이들은 “다른 문화를 이해하려는 넓은 마음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왼쪽부터 왓사나 코클링, 윤지현 씨, 당태겟 군, 이정순 의성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김관용 경북지사, 이소은, 정현아, 두바이링 씨, 양민정 한국외국어대 다문화교육원장, 김준식 아시안프렌즈 대표.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고맙습니다. 말이 안 나오네요….”

목소리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고작 두 문장을 이야기했을 뿐인데. 눈시울도 금세 붉어졌다. 이소은 씨(25·여)가 더듬거리며 한국말로 수상 소감을 얘기하자 여기저기서 응원이 쏟아졌다. “파이팅!”

이 씨는 1일 오후 5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LG와 함께하는 동아 다문화賞’에서 다문화가족상을 받았다.

동아 다문화상은 2010년에 이어 올해로 두 번째. 어려운 여건에서도 화목한 다문화가정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다문화사회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을 발굴하기 위한 상이다.

올해 주인공은 △다문화청소년 1명 △다문화가족 4가족 △다문화공헌 개인 2명 △다문화공헌 단체 3곳. 김황식 국무총리,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를 비롯한 정관계 인사와 최맹호 동아일보 대표이사 부사장, 수상자 가족과 친구 등 180여 명이 자리를 함께하며 수상자들을 응원했다.

○ 자신감과 희망을 나타내

이 씨는 수상자 대표로 소감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좋은 며느리, 좋은 아내, 좋은 엄마…또 동네 어르신한테 잘하겠습니다. 열심히 살겠습니다”라고 씩씩하게 말했다. 그는 2006년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남편을 만난 뒤 베트남 호찌민 시에서 경남 거창군으로 시집을 왔다. 농사를 지으며 10명의 대식구를 돌본다. 시상식장에 도착한 직후 기자에게 “이렇게 높고 좋은 건물에 온 건 처음이다”라며 웃었다.

단체상을 받은 3곳에는 1000만 원씩, 청소년 가족 개인상 수상자에게는 500만 원씩을 준다. 특히 가족상 수상자에게는 모국 방문비용도 지원한다. 수상자들은 모두 “좋은 기회를 줘 고맙다” “감사하다”라고 했다. 용기와 힘을 얻게 된 때문이다.

청소년상을 받은 당태겟 군(16)은 “형편이 어려워 한국 국적을 가질 수 없었는데, 오늘 받은 상금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인 아버지와 재혼한 어머니를 따라 2007년 한국에 왔다. 베트남 국적을 포기하기 위해 수속 대행업체에 내야 하는 비용(1인당 130만 원)이 만만치 않았는데 고민을 해결하게 됐다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태권도 2단 자격증 소지자로 경찰관의 꿈을 키우고 있다. 그는 “하고 싶었던 태권도를 마음껏 하겠다”며 웃었다.

윤지현 씨(28·여·다문화가족상)는 “상금으로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생겨 정말 기쁘다”고 했다. 2003년 베트남에서 서울로 시집왔다가 남편과 사별했다. 지금은 시어머니 및 아들 둘과 함께 지낸다.

다문화공헌 개인상을 받은 이정순 경북 의성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69·여)은 “내 몸이 혹시 못 움직이는 순간이 오더라도 결혼 이주여성에게 기도로 마음을 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4년째 의성지역 이주여성의 고민을 들어주면서 ‘친정어머니’ 역할을 하고 있다.

○ “다르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수상자들은 다문화사회가 정착되기 위해 바라는 점도 털어놨다. 본인이 겪었기에, 다른 사람들은 상처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광주서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통·번역 지원사로 활동하는 두바이링 씨(35·여·다문화공헌 개인상)는 “이주여성이나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같은 일을 하면서 적은 보수를 받거나 힘든 부서로 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외국인이니까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다문화가족상을 수상한 왓사나 코클링 씨(34·여)도 “외국인, 특히 동남아시아 사람이니까 쉽게 봐도 된다는 생각은 버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같은 상을 받은 정현아 씨(34·여)는 “내 딸이 나중에 공부를 잘 못 따라갈까 걱정된다. 다문화가정의 아이들 교육이 중요하다”고 했다.

다문화공헌 단체상을 받은 한국외국어대 다문화교육원의 양민정 원장은 “한국 사람이 되라고 강요할 게 아니고 다른 문화를 이해하려는 마음부터 먹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정관계 인사들 “차별 없는 사회로”

시상식에는 김 총리, 송석구 사회통합위원회 위원장,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 김금래 여성가족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와 새누리당의 황 대표, 이한구 원내대표, 진영 정책위 의장, 이자스민 의원, 민주통합당의 김영환 의원 등 여야 인사들도 참석했다. 공동주최 측인 LG에서는 정창훈 상무가 대표로 참석했다.

김 총리는 축사를 통해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열린 자세야말로 우리나라의 국격을 높이고 따뜻한 공동체를 만드는 지름길이다”라며 “다문화가족이 우리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서 꿈과 희망을 펼칠 수 있도록 정부도 차별 없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그는 예정돼 있던 일정을 미루고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수상자들과는 일일이 사진을 찍고 악수했다.

다문화상을 후원하는 여성가족부 김 장관은 “다문화가정 구성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시상식 표어대로 ‘달라도 다함께’ 갈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김관용 경북지사는 “사랑은 깊은 관심이라고 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다문화가정에 마땅히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동아 다문화賞#시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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