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외고 결핵공포… 4명 격리치료-120명 잠복환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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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 3명 중 1명꼴 해당
보건당국, 감염경로 추적

경기 고양시 한 고교에서 법정 3군 전염병인 결핵에 학생들이 집단으로 걸린 것으로 확인돼 보건당국이 긴급 역학조사에 나섰다.

17일 고양시 덕양보건소와 고양외고에 따르면 A 군(17) 등 이 학교 2, 3학년 학생 4명이 활동성 결핵환자로 판명돼 최근까지 병원 치료를 받았다. 또 이 학교 2학년 400여 명 중 120여 명이 잠복 결핵환자로 확인돼 보건당국이 정확한 감염 경로를 파악하고 있다. 잠복 결핵환자는 실제 증상을 보이지 않기 때문에 위험한 것은 아니다.

○ 1, 3학년 230여 명 양성 반응

A 군은 1월 감기 증상으로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각혈 증상을 보여 인근 대학병원에서 검사한 결과 결핵으로 확인됐다. 이후 관할 덕양보건소는 A 군과 같은 반 학생 34명을 대상으로 1차 결핵 반응검사를 실시해 B 군이 결핵환자라는 사실을 추가로 밝혀냈다. 이어 같은 2학년 4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추가검사에서도 120명이 잠복 결핵환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에도 이 학교 3학년 C, D 군 등 2명이 A 군과 같은 증상을 보여 추가로 결핵환자 진단을 받았다. 또 1, 3학년 840여 명을 대상으로 한 1차 검사에서도 230여 명이 양성 반응을 보여 혈액 정밀검사를 통해 잠복 결핵환자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질병관리본부 에이즈·결핵관리과 조은희 연구관은 “현재 결핵환자는 모두 치료됐고, 잠복기에 있는 감염자는 환자가 아닌 만큼 휴업·휴교 조치는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감염이 확인된 3학년 결핵환자 2명 중 1명은 부모로부터 전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잠복기 결핵은 성인에게 많은 편이지만 중고교 학생을 상대로 조사할 경우에도 보통 10%는 잠복기 결핵 판정을 받는다. 대부분은 증상이 없어 이를 모른 채 지나간다.

질병관리본부는 고양외고에 역학조사반을 투입해 유전자(DNA) 검사 등으로 결핵환자가 집단 발생한 경위를 추가로 조사하고 있다. 또 추가환자 발생을 막기 위해 앞으로 3개월마다 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 학교 측 늑장 대응


이번 결핵 집단 발병은 학교 측의 안일한 대응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학생들이 집단생활을 하고 있는 학교의 경우 결핵의 특성상 한두 명이 감염돼도 빠르게 확산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면 부족과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학생들은 면역력이 약해 불안할 수밖에 없다. 첫 환자인 A 군이 1월 결핵 진단을 받았을 때 이렇게까지 상황이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게 학부모들의 주장이다. 학교 측의 늑장 대응 때문에 B 군이 감염됐고 같은 학년 학생 120여 명이 잠복 결핵환자로 판정받아 약물치료까지 받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핵에 대한 학교 측의 인식은 여전히 제자리를 맴도는 수준이다. 고양외고 관계자는 “결핵 진단을 A 군이 최초로 받은 직후 격리 조치하는 등 매뉴얼에 따라 발 빠르게 대응했다”며 “약물 치료를 받는 학생들에 대해서도 학교 측에서 약을 제대로 복용하고 있는지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한국 여전히 결핵 후진국


우리나라에서 결핵으로 사망하는 사람은 하루 평균 6명으로 우리나라는 여전히 결핵 후진국이다. 질병관리본부가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새로 결핵을 앓고 있다고 신고한 환자는 3만9557명으로 하루 평균 108명이 새로 결핵에 걸리고 있다. 이는 인구 10만 명당 80.7명으로 1년 전에 비해 8.6% 증가했다.

또 통계청이 발표한 2010년 사망원인통계연보를 보면 우리나라의 결핵 사망자는 2365명(10만 명당 4.7명)으로 하루 평균 6.48명이 목숨을 잃고 있다.

고양=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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