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만을 위한 방송법… ‘케이블 공룡’ 키우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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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행령 개정안 싸고 논란

방송통신위원회가 케이블 복수채널사업자(MPP)와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의 시장 지배력 확대를 용인하는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추진해 정부가 독과점을 장려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현실적으로 수혜 기업이 CJ 1곳으로 집중돼 특정 기업의 독점적 위치를 공고히 하기 위한 ‘맞춤형 규제 완화’라는 목소리도 높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월 1일 전체회의에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보고했으며 전체회의 의결을 거쳐 6월 시행을 목표로 개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현행 방송법 시행령은 MPP 1곳의 매출액이 전체 채널사업자 매출의 33%를 넘지 못하게 돼 있지만 개정안은 이를 49%로 늘리도록 했다. 또 현행법은 MSO 1곳의 가입자가 전체 SO 가입자의 3분의 1을 넘지 못하게 규정했지만 개정안은 인터넷TV(IPTV)와 위성방송을 포함한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의 3분의 1을 넘지 못하는 것으로 기준을 바꾸도록 했다. MPP와 MSO 모두 지금보다 매출액과 가입자 수를 늘릴 수 있도록 상한선을 올리는 셈이다.

방통위는 이번 개정을 통해 방송사업자가 콘텐츠 분야의 글로벌 미디어 기업으로 성장할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콘텐츠 선진화를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 ‘규모의 경제’ 구축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개정안이 사실상 PP와 SO 양쪽에서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는 국내 최대 복수종합유선·방송채널사용사업자(MSP)인 CJ의 독점적 위치를 강화해 케이블 시장의 균형발전을 저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최대 MPP인 CJ E&M은 13개 계열사, 31개 TV채널을 통해 전체 PP매출의 29.7%를 차지하고 있다. PP 시장에서 지상파 계열 PP 전체, CJ를 제외한 나머지 PP 전체의 시장 점유율과 맞먹는다. 이에 따라 CJ E&M이 덩치를 키우면 결국 중소 PP에 대한 약탈적 시장지배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는 CJ의 독점적 지위가 강화되면 피해는 고스란히 시청자의 몫으로 돌아간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SO 관계자는 “지금도 CJ E&M은 똑같은 영화채널인 CGV와 OCN을 함께 끼워 파는 등 시청자의 채널 선택권을 침해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시장 점유율이 49%까지 커지면 시청자의 피해가 훨씬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3위 SO인 C&M의 경우 최근 CJ E&M과 채널 협상 과정에서 CJ E&M 계열 채널을 줄이고 다른 중소 PP의 참여를 추진하려 했지만 CJ측이 채널 전체를 빼겠다고 맞서 방통위에서 분쟁을 조정 중이다.

SO 업계에서도 CJ헬로비전은 가입자 수 기준 1위 업체로 전체 케이블 가입자 기준 23%(2011년 말 기준)를 장악하고 있다. 특정 기업이 콘텐츠뿐 아니라 플랫폼까지 장악하면 서비스 가격 담합 가능성 등 독과점의 폐해를 막기 어렵게 된다.

논란이 가열되자 방통위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양문석 방통위 상임위원은 최근 한 미디어 전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 회사가 (전체 매출 시장의) 반을 먹을 수 있게 하는 것은 정부가 사실상 독과점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국가는 기본적으로 최소 경쟁 시스템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개정안 반대 입장을 밝혔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기업#CJ#방송통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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