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과 전쟁… 온라인 업계 숨어서 웃었다

  • Array
  • 입력 2012년 4월 6일 03시 00분


코멘트

EBS-수능연계비율 높이자 초중고 사교육 매출 줄었지만
재수생 영유아부문 공략, 일부 업체 매출 600억 껑충

정부의 사교육비 억제 정책으로 일부 업체의 성장에 제동이 걸렸지만 유아 및 성인 교육 부문에서는 매출이 늘어난 곳이 적지 않았다. 사교육비가 줄었다는 정부 발표를 학부모들이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BS는 대학수학능력시험과의 연계율이 높아지면서 가장 큰 혜택을 받았다. 교재 판매액은 2009년 712억원에서 2011년 1302억 원으로 늘었고 하루 평균 강의 접속 건수는 14만여 건에서 31만여 건으로 증가했다. 반면에 다른 온라인 업체나 학습교재 출판업체는 매출이 줄었다. 사업을 다각화했던 업체만 상대적으로 타격이 적었다.

금융감독원의 최근 공시자료에 따르면 온라인 교육업계 1위인 메가스터디의 지난해 고등 온라인 강의 매출액(981억 원)은 2010년(1015억 원)에 비해 3.4% 줄었으나 전체 매출액은 200억 원 늘었다. 주력인 온라인강의는 주춤했지만 지난해 재수생의 증가로 재수 학원 실적이 좋아진 덕이다. 메가스터디의 매출액은 자회사까지 합하면 600억 원 늘었다. 정부 압박이 거의 없는 편입, 의·치·약학전문대학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등 성인 교육 부문 매출이 전년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에는 유명 편입학원을 인수했다.

비상교육은 중고교 학습 참고서 시장에서 1위를 달리던 업체. 매년 성장하던 출판 분야 매출이 전년도보다 13억 원 줄었지만 전체 매출은 971억 원에서 1118억 원으로 늘었다. EBS의 영향을 덜 받는 중학생의 내신 대비 온라인 강의에서 실적이 좋았기 때문이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업체도 학령인구 감소와 특목고 입시제도 개편의 여파로 주춤했다. 영유아 교육사업에 집중한 업체만 매출이 늘었다. 예를 들어 아발론교육은 전년도 대비 약 60억 원, 청담러닝은 30억 원의 매출이 감소했다. 이 학원들은 외국어고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이 주로 다니는데 외고 입시에서 영어듣기 시험이 금지되자 직격탄을 맞았다. 초등학생을 주 대상으로 하는 웅진씽크빅, 재능교육, 교원구몬의 실적도 전년도보다 크게 낮아졌다. 대교는 주력사업인 학습지 ‘눈높이’의 매출이 줄었지만 유아를 위한 사업에 집중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늘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김승현 정책실장은 “사교육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지 못하고 EBS로 대체하려고 한 것이 정부 사교육 대책의 한계”라며 “당장 성과가 나지 않더라도 근본적인 문제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