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엉터리 통계로 일자리 10년大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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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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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장기 인력전망 오류투성이
“의사 2020년 7만7000명 될것”… 실제론 2010년 이미 8만명 넘어
유치원 교사 3만6000명인데 6만1000명으로 부풀려 발표

정부가 발표한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이 엉터리 통계를 근거로 작성된 것으로 드러났다. 개별 정부 부처가 발표한 전수조사 자료 대신 통계청 표본조사를 통한 부정확한 자료를 기계적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3일 국무회의에서 발표한 ‘2011∼2020 중장기 인력수급전망’의 직업별 취업전망 자료에서 국내 의사 수는 2010년 현재 4만7000명으로 2020년까지 연평균 4.9%씩 늘어 7만7000명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11 보건복지통계를 확인한 결과 2010년 현재 국내 병원과 의원, 보건소 등에서 일하는 의사 수는 8만2384명이었다. 이미 10년 후 예측치보다 더 많은 의사가 일하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모르고 인력수급 전망을 내놓은 셈이다.

이런 오차는 고용부가 전망한 230개 직업 중 전체 종사자 수를 집계하는 20여 개 전문직종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고용부는 2010년 9000명이라고 발표한 한의사가 8년 뒤인 2020년엔 1만5000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종사자 수는 이미 이 예상치를 넘어 1만6307명이었다. 치과의사와 약사 등도 고용부 통계보다 실제 종사자 수가 50% 이상 많았다.

반면 실제 종사자 수보다 부풀려진 경우도 있었다. 유치원 교사는 2010년 말 기준 6만1000명으로 표시됐지만 교육과학기술부 통계로는 3만6000명으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 관세사 역시 2000명으로 제시했지만 실제 종사자는 1386명에 불과했다.

자료를 작성한 한국고용정보원 측은 “인력수급 전망에 사용하는 기초 데이터는 통계청이 발표하는 지역별 고용조사”라며 “표본을 구성해 설문조사 후 취업자 수를 추산하기 때문에 실제 인원 수와 차이가 있다”고 오류를 시인했다. 이태희 고용부 인력수급정책관은 “통계가 현실과 다른 사실을 알지만 모든 직업 종사자를 집계할 수 없어 그대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해당 전망치가 ‘국가 대계(大計)’의 성격을 띤다는 점이다. 정부가 2년마다 발표하는 인력수급 전망은 어떤 산업과 일자리에 투자해야 할지 결정하는 중요 계획임에도 현실과 동떨어진 통계를 바탕으로 구성돼 적지 않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엉터리 통계를 사실로 믿은 이명박 대통령은 3일 해당 자료를 보고받고 “모든 부처가 기초 자료로 활용해 정책을 수립하라”고까지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종석 한신대 정보통계학과 교수는 “변호사나 의사 등 전체 인원 집계가 가능한 직종은 정확한 전체 인원을, 전체 인원 집계가 불가능한 경우엔 적어도 추정치가 실제에 근접할 수 있도록 통계를 내는 방식을 크게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고용부#통계#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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