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의 시작’ 좌충우돌 초등 6학년을 어찌할꼬… 칭찬은 말썽꾸러기도 춤추게 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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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테랑 담임 선생님들의 ‘6학년 다루기’

초등학교 6학년은 신체적으로 성숙하면서 정신적 고민이 함께 늘어나는 시기다. 중학교 진학을 앞둔 시점에서 학생들이 예민해지고 스트레스를 받기 쉬운 만큼 교사와 부모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중요하다. 동아일보DB
초등학교 6학년은 신체적으로 성숙하면서 정신적 고민이 함께 늘어나는 시기다. 중학교 진학을 앞둔 시점에서 학생들이 예민해지고 스트레스를 받기 쉬운 만큼 교사와 부모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중요하다. 동아일보DB
“지난해 6학년을 가르치다 올해 4학년을 맡으니 아이들 대하기가 한결 쉽다. 6학년은 졸업시켰다는 보람은 남지만 최근에는 지도하기가 너무 어려운 게 사실이다.”

경기 성남 A초등학교의 정모 교사(29) 얘기다. 그는 교사들이 모두 6학년을 기피하다 보니 새로 부임한 교사나 젊은 남교사가 마지못해 담임을 맡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학생들의 성장이 빨라지면서 이 무렵부터 사춘기에 접어들기도 한다. 학교 현장에서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6학년을 지도하기 어렵다는 하소연이 늘고 있다. 10년 이상 6학년 담임을 맡은 교사와 전문상담교사의 경험담을 통해 학교와 가정에서 어떻게 지도하면 좋을지 들어봤다.

○ 선생님에게 대들 때는 칭찬이 약

서울 난우초교 6학년인 B 군은 개학 첫날부터 학교에 늦었다. 수업 종이 울려도 교실에 들어오지 않았고, 불러서 야단치니 거짓말로 둘러댔다.

이틀째 되던 날, 담임인 허승환 교사(44)가 “나는 너와 잘 안 맞는가 보다”라고 말했더니 B 군은 “네, 잘 안 맞아요”라고 대답했다. 그러고는 다음 날 학교에 오지 않았다. 영어시간에는 욕을 하며 교실을 뛰쳐 나가기도 했다.

허 교사는 6학년 담임을 12년째 맡은 베테랑. 학교에 다시 나온 B 군에게 학급의 잔심부름을 모두 맡기고 잘하면 칭찬했다. 얌전하게 앉아서 수업을 들어도 좋은 말을 했다.

한 달이 지나지 않아 B 군은 학급 홈페이지에 “내가 달라졌나. 달라진 것 같기도 하다”는 글을 올렸다. 허 교사는 “말썽을 부려도 6학년 아이들은 아직 마음이 여리다. 사소한 칭찬만으로도 행동이 바뀌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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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력적이면 따끔히 지적해야

C 군은 서울 예일초교 6학년이었다. 입학 초기에는 사람을 무서워해 구석에 숨으려 했지만 5학년이 되어서는 교사에게 주먹을 휘두를 정도로 성격이 변했다. 6학년에 올라와서는 친구들이 조금만 신경을 건드려도 때렸다.

이 학교의 황연성 교사(50)는 올해로 18년째 6학년 담임이다. 그는 “나쁜 아이가 아닌데 선생님이 보기엔 평범한 말이나 행동에도 크게 상처를 받는 것 같다”면서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감정적으로 화를 내지 않고, 잘못된 행동을 꼭 집어 얘기했다.

문을 차고 물건을 부술 때는 C 군이 화를 가라앉힌 다음에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찬찬히 설명했다. C 군의 어머니와도 자주 통화하며 좋아진 점을 집에서 칭찬하도록 이끌었다. C 군은 2, 3개월에 걸쳐 조금씩 변했다. 2학기부터는 큰 문제 없이 친구들과 어울렸다.

황 교사는 “6학년 때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은 오랫동안 말썽꾸러기로 취급받았다. 꾸중을 들을 때도 자신을 전체적으로 비난한다는 식으로 알아들으니까 구체적 행동만 지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음란물은 가정과 함께 막아야

지난해 경기 광명의 D초교에서 남학생들이 서로를 애무하는 일이 벌어졌다. 학교나 집의 컴퓨터로 야한 동영상을 보거나 음란 사이트에 접속하는 일은 초등학생에게도 자연스럽다. 자칫하면 성행위나 성추행을 하기 쉽다.

김진주 전문상담교사(28)는 “6학년이면 성적인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게 당연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성교육을 하되 음란물로 인해 잘못된 성 인식을 갖는 일이 없도록 통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 교사는 요즘 6학년이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공부 문제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며, 과제를 적게 내주고 체육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여유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교사 역시 6학년을 억지로 떠맡는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스스로 지도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허 교사가 근무하던 학교에서는 교사 6명이 3년 동안 계속해서 6학년을 지도했다. 준비된 교사들이 책임지겠다는 마음으로 나서면 학생들을 대하기가 훨씬 수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화여대 초등교육과의 김경자 교수는 “6학년의 문제는 중학교까지 이어져 심하면 학교폭력 문제와도 밀접하게 연관된다”며 “신체와 정신 건강, 학력을 종합적으로 살피면서 상담하고 지도하는 방식으로 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사춘기#초등6학년#칭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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