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단장 잇단 사표, 세종문화회관에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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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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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배 사장 올초 취임하며 예술단 예산 25% 삭감… 공연일정 변경 등 마찰
“측근 아니면 눈 안마주쳐 의사소통 완전히 막혀”

올해 1월 취임한 세종문화회관 박인배 사장(사진)이 산하 예술단 단장들과 잇따라 파열음을 빚고 있다. 김효경 서울시뮤지컬단 단장이 모(母)기관인 세종문화회관과 갈등 끝에 사표를 내 19일 수리됐으며, 박세원 서울시오페라단 단장도 이에 앞서 최근 사표를 내 수리됐다.

갈등의 발단은 박 사장이 각 예술단의 예산을 25%씩 삭감해 올해 계획됐던 공연에 차질이 빚어지면서부터. 세종문화회관 산하에는 서울시 국악관현악단, 무용단, 합창단, 뮤지컬단, 극단, 오페라단, 유스오케스트라단, 소년소녀합창단, 청소년국악관현악단 등 9개 예술단이 있다.

뮤지컬단은 상반기 ‘벌거벗은 임금님’과 하반기 오페라 ‘투란도트’를 각색한 ‘투란도’를 계획했으나 예산이 깎이면서 갑자기 “두 작품 중 하나만 하고 나머지 예산은 작은 공연 위주로 꾸미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김 전 단장은 말했다. 그는 “1년에 한 작품 하려고 뮤지컬단과 많은 단원을 유지하는 건 말이 안 된다. 투자를 받아보겠다고 했지만 잘 안 됐다. 그래서 하반기 예산을 미리 끌어 쓰려고 했지만 세종문화회관 측이 공연을 못 하는 데 책임을 지라고 얘기해 사표를 냈다”고 말했다.

오페라단도 4월에 ‘돈 조반니’, 하반기에 ‘돈 카를로’를 무대에 올릴 계획이었으나 2월에 갑작스럽게 일정 변경 통지를 받았다. 상반기 공연을 하반기에 하고 하반기 공연은 취소하라는 내용이었다. 박세원 전 단장은 “일방적인 통보였다. 미리 정해진 예산과 공연 일정을 마음대로 바꾸는 것은 정상적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세종문화회관 측은 박 사장이 예산을 삭감한 까닭은 취임 때 언급한 서울시 산하 자치구 공연장과의 연계공연 등을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정수 세종문화회관 홍보마케팅팀장은 “박 사장이 취임했을 때 이미 올해 사업계획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예술단에서 일부 예산을 거둬들여 연계사업에 쓰려 한 것이다. 사장과 예술단지원팀 간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개별 단장들과는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예술단 단장들도 ‘커뮤니케이션 부족’을 사태를 키운 주 요인으로 지적했다. 김 전 뮤지컬단장은 “박 사장은 취임식에서 소통을 강조해놓곤 정작 두 달 넘게 단장들과 만나지 않았다. 회의 때 단장들과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사장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난 게 책임을 지라는 말을 듣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박 전 오페라단장도 “여러 차례 면담을 요청했지만 단장들과 전혀 만나주지를 않았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극단 연우무대를 거쳐 마당극 중심의 극단 ‘현장’을 창단해 운영했으며 박원순 서울시장의 선거캠프에서 활동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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