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전학 보내고 싶다… 저 놀라운 시골학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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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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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부모들 감동시킨 당진 당산초교의 기적

“우리는 어린이 오케스트라” 당산초등학교의 윈드오케스트라 ‘어울림’ 연습 장면. 단원 학생들이 어울림 지도를 맡은 오준영 교사(오른쪽)의 지휘를 받으며 연습을 하고 있다. 당산초 제공
“우리는 어린이 오케스트라” 당산초등학교의 윈드오케스트라 ‘어울림’ 연습 장면. 단원 학생들이 어울림 지도를 맡은 오준영 교사(오른쪽)의 지휘를 받으며 연습을 하고 있다. 당산초 제공
충남 당진시 송산면 당산초등학교 3학년 박승한 군(9)은 본래 당진동 내 D초등학교에 입학했지만 지난해 2학년에 올라가면서 전학을 왔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학교를 옮긴 것은 아니었다. 늦둥이를 좀 더 좋은 환경에서 키워보고 싶었던 어머니 김영신 씨(47)가 아들과 상의한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김 씨가 당산초등학교를 선택한 것은 우선 학교가 전원에 있어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데다 교육시설이 도시보다 뛰어나기 때문이다. 체험을 많이 하고 특기적성을 키우기에 적합한 교육 프로그램이 빼곡하게 시간표를 채우고 있다. 김 씨는 “스쿨버스가 있지만 일부러 아침저녁 15분씩 승용차로 등하교 시키면서 대화도 하고 시골길을 달리는 기쁨도 만끽하고 있다”며 “전학하길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당산초등학교의 변화는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의 농산어촌학교 살리기의 일환인 전원학교로 지정되면서 본격화됐다. 체험중심 교육, 맞춤형 방과후 학교, 교실 첨단화, 특기적성 교육 강화 등을 적극 추진하면서 ‘찾아오는 학교’로 탈바꿈했다.

교실 밖은 전형적인 시골 마을이지만 교실 안은 최첨단 설비를 갖추고 있다. 대당 1700만 원 안팎인 전자칠판이 교실마다 있고 3학년 이상 학생들은 학교에서 제공하는 태블릿PC를 가지고 공부한다. ‘왕따’란 말은 적어도 이 학교 사전에는 없다. 연초에 1∼6학년 9명을 친형제자매처럼 묶어 현장체험 학습과 체육대회 수련활동 등을 같이하며 형제자매처럼 지내도록 한 ‘당산골 9남매’ 제도 덕분이다.

1인 1악기 인증제로 모두가 ‘꼬마 악사’일 뿐만 아니라 2009년 40여 명으로 창단한 윈드오케스트라 ‘어울림’은 당진시의 명물이 됐다. 단원들은 지도교사 1명, 파트별 강사 5명, 인턴교사 1명으로부터 플루트, 클라리넷, 색소폰, 트럼펫, 트롬본, 유포니움, 튜바, 팀파니 등 농어촌에서 접하기 어려운 악기를 배워 연주한다. 어울림은 당진시의 각종 교육 행사는 물론이고 요양원 연주 봉사의 단골손님이 됐다. 그리기와 클레이아트 등 미술 강좌는 물론이고 컴퓨터, 요리실습, 수학, 논술, 생명과학 강좌 등 체계적인 방과후 학습 활동을 펼쳐 2010년 최우수 방과후 학교로 교육감 표창을 받았다. 매월 두 번 열리는 ‘오감 체험의 날’은 주변 산 등반 등 자연탐사와 고구마 캐기 등 계절 체험학습을 하는 시간이다.

학교의 장점이 입소문으로 퍼지면서 전학을 오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자녀를 이 학교에 넣기 위해 송산면에 거처를 마련하고 거리가 떨어진 인근 철강회사에 다니는 사람들도 있다. 올해는 학생이 8학급(1, 3학년만 2개 학급) 172명으로 부쩍 불었다. 학생수가 29명으로 폐교 위기에 처했던 1999년과 비교하면 6배가량으로 늘어난 것이다. 심재진 교장은 “학부모의 선택은 도시 교육이 아니라 좋은 교육”이라며 “시골 학교라 하더라도 교육 시설과 프로그램만 제대로 갖춘다면 도시 학교를 앞서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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